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곳은 청와대인가 기획재정부인가.

아니면 각 부처 차원에서 각개전투로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시스템인가.

옛 재정경제부 장관이 겸임했던 '경제부총리' 직을 없애는 정부 조직개편이 단행된 이후 줄곧 제기돼 온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문제는 여전히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제 성장 등 거시정책 분야에서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괄하고 있지만 미시적인 사안들에 대해서는 당초 예상대로 관계 부처 간 정책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 심각한 사안들이 터지고 있는데도 관계장관 회의마저 소집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매주 금요일 경제부처 장관들이 모이는 경제정책조정회의는 지난달에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강 장관이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과 투자설명회 주최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것이 한 가지 원인이긴 하지만,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불발 등 중대한 현안들이 있었는데도 경제부처들이 공동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른 부처와 동등한 '장관급'으로 내려간 뒤 정책조정 권한이 약해진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강 장관은 지난 4월 서비스산업 관련 관계부처 회의에서 "민영 의료보험 확대를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으나 해당 부처에서 "현재 상황에서는 검토할 수 없다"고 맞받아쳐 회의 분위기가 무척 어색했다는 후문이다.

경제자유구역 이외의 지역에서 외국 법인이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검토하라는 강 장관의 지시도 묵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을 다른 정부 소유 은행들과 묶어 파는 메가뱅크 방안도 금융위의 반발에 부딪쳐 제대로 관철되지 않았다.

각 부처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청와대는 경제수석실과 국정기획수석실로 나뉘어져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컨대 공기업 민영화는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이 맡도록 돼 있지만 이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하는 기획재정부 업무는 경제수석실에서 조율하도록 돼 있어 때때로 정책 혼선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민영화 등 특정 사안에 대해 경제수석실과 국정기획수석실의 얘기가 다른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각 부처에서 비서관이 파견된 경제수석실과 얘기를 끝낸 경우에도 국정기획실과 다시 논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무 분장의 모호함은 대운하 건설이나 지방경제 활성화 등 다른 프로젝트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세세한 사안들에 대해 청와대 내에서조차 논란을 빚을 때가 많고,이 때문에 "국정기획 쪽에서 세세한 업무까지 다 챙긴다" "경제수석실이 쇠고기 파동 등 현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서로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지식경제부뿐만 아니라 대통령 직속 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도 관여하고 있어 명확한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