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萬寫] 등불처럼 살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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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호놀룰루 앞 바다에 등불들이 떠 있다.
검푸른 바다를 밝히고 있는 등마다 작은 글씨들이 새겨져 있다.
"태평양 전쟁에서 희생된 영혼과 이 바다에서 숨을 거둔 이들을 추모하며…."
사람들은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등불을 물 위에 띄운다.
그리하여 지난 수십 년 동안 바다를 떠도는 슬픈 영혼들에게 세상이 아직도 그들을 기억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밤이 깊어지면 붉은 등불의 온기가 차디찬 바다를 덥힌다.
무거운 역사의 수레바퀴에 힘없이 세상을 등진 이들은 비로소 저 작은 불빛에 언 마음을 녹이고 깊고 편안한 잠에 빠진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도 그렇다.
차갑고 거친 세상살이에서 내가 비춘 작은 등불이 어떤 이에겐 더없이 큰 위로가 된다.
글=신경훈 영상정보부장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