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17대 국회 처리가 물건너 갔다.

한나라당이 FTA 통과를 위해 26일부터 29일까지 임시국회를 소집했지만 통합민주당 등 야당이 의사 일정 협의에 일절 응하지 않으면서 국회 자체가 공전되고 있다.

회의가 열리지도 못한 채 17대 국회가 막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파장 분위기는 정부 대책회의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한승수 총리 주재로 열린 26일 관계장관 회의는 "FTA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원론만 확인한 채 35분 만에 끝났다.

17대 국회가 사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정부로선 최선을 다했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자리의 성격이 강했다.

"FTA는 정치이념에 상관없이 지난 정부에서 끝내 준 과제이고 또 이를 완성하는 것이 정권을 초월한 과제"라며 대승적 결단을 정치권에 촉구한 한 총리의 말에도 무력감이 배어 있었다.

FTA 처리가 18대 국회로 넘어가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화됐다.

문제는 11월로 예정된 대선 등 미국의 정치 일정상 7월까진 통과시켜야 미국을 압박할 수 있지만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통합민주당 내부의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당론을 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열린 민주당 당선자 대회에서는 당내 입장차가 여과없이 드러났다.

손학규 대표는 "17대 국회에서 FTA비준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우리 자신의 책임은 없는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효석 원내대표는 "미 의회의 FTA 처리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쇠고기 재협상이 중요하다"고 '선(先) 쇠고기 재협상,후(後) FTA 비준동의'를 주장했다.

차기 지도부도 김 원내대표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원내대표에 출마한 원혜영 홍재형 이강래 의원은 쇠고기 재협상을 전제로 FTA 비준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경목/박수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