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최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가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통령선거 후보로 나서게 될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의 존 매케인도 FTA와 세계화에 대해 너무나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이제 FTA는 앞으로 다가올 대선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의원들이 장악한 미 하원은 미국·콜롬비아 FTA 비준동의안 심의를 무기 연기함으로써 정부의 무역정책 추진을 가로막고 수십년간 쌓아온 글로벌 무역시스템에도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우방국가들의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대외통상 관련 조약을 맺을 때 실무협상 등 구체적인 사안은 행정부가 지휘하지만 그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의회가 쥐고 있는 특이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상대국과의 일정을 맞추고 조약 체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선 행정부와 의회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만약 정부와 의회 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체결 일정이 늦어지게 되면 상대국에선 미국이 자국과의 무역협상 의지가 없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은 바로 이런 절차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방안이다.

이 제도는 행정부가 국제 통상협상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일종의 협상 특권이다.

행정부에 TPA가 부여된 경우 의회에선 행정부의 협상 결과를 90일 내에 문건 내용의 수정 없이 찬반 결정만을 하게 된다.

미국은 TPA제도를 통해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역사적인 주요 통상조약들을 성공적으로 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콜롬비아와의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늦춰버린 의회는 이러한 효율적 시스템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의회의 이 같은 행위로 인해 FTA 상대국인 한국과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외교관계에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협상의 조기 타결도 어렵게 됐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진영에서 나오는 FTA 반대 주장은 세계화 추세에 역행하고 세계 시장에서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60년간 자유무역을 통해 매년 1조달러를 벌어들이는 효과를 얻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가 계속 FTA 거부의사를 고집한다면 미국은 결국 자유무역을 통한 막대한 수익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된다.

미 의회와 행정부는 지금이라도 FTA의 조속한 비준을 위한 협력을 재개해야 한다.

무역정책의 개방성과 적극성이 보장되지 못하면 미국은 커다란 경제적 외교적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정리=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이 글은 프레드 버그스텐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장이 '미국 민주당의 위험한 무역게임(The Democrats' Dangerous Trade Games)'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