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야심차게 내놨던 대운하 공약은 이제 '치수' 쪽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여론의 풍향에 따라 대운하의 성격이 물류에 방점을 두었으나,경제성 논란이 붙으면서 관광 성격이 가미됐다.

그러다가 이젠 수질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치수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공식 발표된 것은 2006년 10월이었다.

이 대통령은 유럽을 방문한 자리에서 운하 프로젝트를 공개한 후 "기술적 검토가 끝났으며 시작 후 4년 이내에 완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 다음 달엔 "대운하가 국운융성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물류적 측면의 경제성을 집중 부각시켰다.

하지만 다음해 대선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반대 측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작년 5월 한나라당 경선 후보 정책토론회에서 '독극물' 발언으로 논란의 불은 붙었다.

이어 물류비와 관련한 경제성 문제가 대선 정국의 최대 이슈가 되면서 찬반 공방은 극에 달했다.

당시 이 대통령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경제성 논란에 대해 "대운하는 애초 물류비용을 절감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됐으나 지금은 관광단지,첨단산업단지를 함께 개발하는 종합 프로젝트로 변화했다"고 방어막을 쳤다.

지난해 말 대선 승리가 대운하 추진을 담보해 주지는 못했다.

대운하에 대한 여론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더 악화돼 갔다.

지난 1월11일 CBS-리얼미터 조사에서 찬성 40.6%,반대 43.8%였던 것이 찬성 38.7%,반대 52.3%(2월14일 내일신문-한길리서치 조사)와 찬성 29.4%,반대 57.7%(MBC-코리아리서치센터)로 변했다.

집권 후에도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가자 청와대와 정부는 내부적으로 궤도 수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3단계 추진론이다.

쉬운 것부터 시작해 여론의 동의를 얻어간다는 것이다.

수질개선 명목으로 대운하 논란을 피해가자는 구상이었다.

수질 오염이 심한 영산강 낙동강 준설을 통해 정비 사업을 하고,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2차로 한강에 배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상수원 오염이 되지 않는다는 게 입증되고,여론이 개선되면 마지막 단계로 조령 터널(25㎞)을 뚫어 경부운하를 완공한다는 것이다.

이달 중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으로 시작돼 결국 이 대통령이 "물길 잇는 것은 뒤로 미루자"면서 단계적 추진론이 공식화된 것이다.

일각에선 '물길 정비'를 내세운 것은 사실상 운하 강행에서 후퇴하기 위한 명분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