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요순시대의 인물로 알려진 팽조(彭祖)는 무려 800살을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그를 신선이라 불렀다.

이렇게 장수했는데도 부인은 남편의 임종을 맞아 서럽게 울었다.

900살까지도 살 수 있는데 너무 일찍 죽었다는 것이다.

욕심이 가장 끝이 없는 게 수명이 아닌가 싶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하다.

90세 노인에게 백세 향수(享壽)를 하라고 하면 화를 낸다.

백세라면 10년뿐이 남지 않았는데 그런 박복한 말이 어디 있는냐는 식이다.

지금도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하는 수명은 최대 관심사다.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된 최장수 기록은 116세인데 인간은 120살까지 살 수 있다는 게 관련학자들의 얘기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평균수명 120세가 과연 '축복인가 아니면 재앙인가'하는 것이다.

건강한 삶,즉 자아실현이 무시된 수명이라면 축복이 아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재앙이라는 얘기다.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도 놀라울 정도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1960년엔 불과 52.4세였으나 1985년엔 68.4세로 늘어나더니 1995년엔 73.5세였다.

엊그제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8.5세로 전 세계 193개국 중 23위였다.

그러나 건강수명의 증가속도는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평균수명과 건강수명과의 차이는 10년이나 된다.

이 10년이라는 것은 질병이나 부상,정신적인 질환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지내는 기간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길다.

수명이 늘어난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치료보다는 예방에 신경을 쓰고,심리적인 건강관리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소외받지 않고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건강 못지않게 중요한 일임은 물론이다.

건강한 몸과 여유로운 마음으로 천수(天壽)를 누릴 수만 있다면 어찌 팽조가 부러울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