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의제부터 정하자" ‥ 금속노조 "무조건 나와라"

현대자동차가 22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의 산별 중앙교섭에 당초 예고했던 대로 불참 방침을 확정,'원칙 대응'을 재확인했다.

현대차가 '대각선 교섭(특정 기업과 금속노조 간 직접 교섭)'으로 불리는 중앙교섭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것은 금속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정치적 요구를 의제로 올려놨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대신 금속노조 측에 지난달 중단된 중앙교섭 참여를 위한 산별준비위원회를 재가동,먼저 교섭 의제를 정할 것을 요구했다.

무리한 주장은 철회하고,'식단'을 정한 뒤 '음식 조리' 방식을 협의하는 게 마땅한 순서라는 얘기다.

금속노조 및 현대차 노조는 강경대응을 천명하며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노사협상이 시작도 하기 전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의제부터 정하자" vs."무조건 나오라"

현대차 관계자는 21일 "중앙교섭 요구안 중에 단일기업인 현대차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적인 사안이 많다"며 "안건을 조율하기 전에 교섭장에 나가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산별준비위원회부터 재가동시켜 교섭의제와 방식 등에 대한 합의가 나와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무조건적인 중앙교섭 참여만을 요구하며 산별준비위에는 불참하고 있는 상태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의제를 조율하고 싶다면,대각선 교섭에 나와서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며 "사측 태도는 판을 깨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산별준비위 왜 중단됐나

사측이 재가동을 요구하고 나선 산별준비위는 현대차 등 완성차 4사의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의제를 조율해 온 협의체다.

지난해 노사협상에서 교환한 '중앙교섭은 산별준비위를 통해 합의안을 마련한 뒤 참여한다'는 확약서에 따라 출범했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지난 2월20일 이후 네 차례에 걸친 형식적인 만남을 끝으로 산별준비위를 무력화시켜 버렸다.

지난달 중순 노사협상 일정(4월15일)이 시작됐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완성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금속노조가 산별준비위에 불참하고 있는 건 노사협상을 정치투쟁의 장으로 변질시키기 위한 수순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산별준비위 재가동은 합리적 협상을 위한 필수 절차"라고 못박았다.

산별준비위는 완성차 4사의 사측 및 노측 대표 각 4명,경영자총협회 및 금속노조 대표 각 3명 등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노조,'6월 말 파업 돌입'

금속노조는 현대차가 계속 중앙교섭을 거부하면,수순에 따라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22일 2차 교섭장에 나오지 않으면,윤여철 현대차 사장(생산ㆍ노무담당)을 직접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23일과 26일로 예정된 3차 및 4차 중앙교섭에도 불참하면 본격적인 농성을 시작할 계획이다.

다음 달 11일부터 이틀간 금속노조의 전 간부 5000여명이 서울 양재동 현대ㆍ기아차 본사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기로 했다.

이어 다음 달 16일 쟁의조정 신청을 낸 뒤 27일이나 30일께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같은 금속노조 산하인 기아자동차와 GM대우자동차,쌍용자동차 노조가 동조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작년 산별노조로 전환되면서,각사 노조의 파업결정 권한이 금속노조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