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도 업그레이드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 번 나오면 혜택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줄어들기만 하던 신용카드가 컴퓨터 소프트웨어처럼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신상품 출시 일변도의 전략을 펼쳤던 카드사들이 최근 들어 기존 카드 기능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인 셈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무료로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되고 카드사 입장에서는 신상품을 낼 때보다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그야말로 '윈-윈 게임'이라는 분석이다.

업그레이드의 전형적인 방식은 잘 나가는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더 확대하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오전 시간대에 다양한 할인 혜택을 주는 '아침애(愛) 카드'의 서비스를 20일 업그레이드했다.

우선 할인점과 편의점,영화관 외에 4대 백화점에서도 새롭게 5% 할인해준다.

이와 함께 현대오일뱅크뿐 아니라 에쓰오일에서도 ℓ당 최고 80포인트를 적립해주고 할인되는 커피 전문점 범위도 넓혔다.

이 서비스는 신규 회원은 물론 기존 회원들에게도 추가 비용이나 신청 절차 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고객들의 검증을 거친 히트카드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새로운 카드를 내는 것보다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뿐 아니라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어 이미 출시한 카드들의 혜택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업그레이드된 '하나 택스 리펀드 카드'도 유사한 사례다.

이 카드는 카드 이용액이 자동으로 비용 처리돼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어 개인사업자들에게 인기를 끌어왔다.

하나은행은 지난 14일 카드 사용내역을 회계 장부에 자동으로 기록할 수 있는 기능을 이 카드에 추가했다.

이 밖에 '라베 플래티늄 롯데 골프카드'와 '삼성 아시아나 지엔미 플래티늄 카드'도 기존 히트 상품에 부가서비스를 강화해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우리 V플래티늄 카드'처럼 기존 상품의 명성을 활용해 카드 등급 자체를 높이는 방식도 일반화되고 있다.

이 카드는 출시 1년 만에 300만장 가까이 팔린 '우리 V카드'에 여행과 골프 서비스 등 플래티늄 혜택을 추가로 제공한다.

연회비도 한시적으로 면제해줘 우리 V카드를 발급받은 회원들은 추가 비용 없이 이 플래티늄 카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했다.

'현대카드 M플래티늄'과 '현대카드 M레이디 플래티늄'도 같은 케이스다.

새로운 플래티늄 카드를 내기보다 회원 수 570만명을 돌파한 '현대카드 M'의 인지도를 이용,기존 상품인 M에 플래티늄 서비스만 추가해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스테디셀러나 인기 드라마의 경우 지속적으로 속편이 나오는 것처럼 고객들로부터 검증받은 카드도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상품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