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최고치를 경신하는 국제 유가를 보고 있노라면 맥만 풀릴 뿐입니다."

한 항공사 임원은 고유가 속에서 항공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놨다.

불가항력적인 외생 변수인 고유가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기운만 빠진다는 탄식이었다.

국내 항공업계는 유가가 급등하자피해를 줄이려고 많은 노력을 펼쳐왔다.

기름을 조금이라도 덜 쓰기위해 비행기에 싣는 물까지 줄일 정도였다.

정부가 국제선에 대해선 '유류할증료'라는 제도를 통해 기름값 인상분을 보전해 주는 만큼 요금 때문에 '우는 소리'를 냈다간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고 판단,비상 경영으로 어려움을 풀어보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다음 달부터"라고 항공업계는 입을 모은다. 올해 초 7단계이던 유류할증료를 16단계로 늘린 지 5개월 만에 상한을 꽉 채워 앞으론 기름값이 오르더라도 손실보전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류 할증료 혜택을 받고도 1분기 전체 적자 규모가 3000억원이 넘었다"며 "유가가 추가 상승한다면 2분기부터는 적자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하소연했다.

항공업계는 고유가 시대에 마땅히 '비빌 둔덕'을 찾지 못해 적자 확대라는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1분기 국내선 영업에서 대한항공은 전년 동기의 7배를 넘는 243억원,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전체 적자의 절반을 넘는 89억원의 손실을 봤다.

국내선은 항공유에 대한 세금 부담도 만만찮다.

기름값의 1%를 원유도입관세로,ℓ당 16원을 석유수입부담금으로 각각 내야 한다.

관세는 기름값이 높을수록 높아지는 구조여서 부담이 크다.

요금 인상에서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다.

고객잡기 경쟁으로 국내선 항공 요금은 2004년 인상된 게 마지막이다.

최근 국내 항공사들은 국토해양부로 어려운 발걸음을 하고 두 가지를 건의했다.

유가급등 때 유류할증료 상한을 조정해 달라는 것과 국내선 항공유세금을 없애 달라는 것이 그것이다.

경쟁을 통한 값싼 항공권 제공이라는 시장 논리와 '삼중고' 해소를 지원해 달라는 업계의 하소연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묘책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김동민 산업부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