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 임원은 길거리에서 염색하고,영업 직원들은 애견협회와 렌터카업체까지 쫓아다니고….'

의사와 약사 위주로 영업해왔던 중외제약(대표 이경하)이 일반 소비자에게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사가 조제하는 '전문의약품'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중외제약의 특성상 지금까지는 병원과 약국만 챙기면 됐지만,전문의약품을 타깃으로 하는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이젠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서야 하는 '일반의약품 및 헬스케어 제품'의 중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홍성걸 중외제약 헬스케어사업본부장(상무)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일반의약품 및 헬스케어 관련 시장은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환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것)' 바람을 타고 급속하게 커질 것"이라며 "중외제약도 이에 발맞춰 지난해 200억원을 기록한 관련 매출을 2010년까지 1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중외제약이 '삐콤씨(유한양행)'나 '우루사(대웅제약)' 같은 '스타 상품'으로 만들기로 한 제품은 △염색약 '창포엔' △공기정화스프레이 및 비누 '피톤치드' △입술보호제 '립수리' 등 크게 세 가지.효능이 뛰어난 데다 친환경 제품인 만큼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면 '중외제약의 얼굴'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중외제약은 오는 9월 선보일 '먹는 링거액'(영양수액의 주성분인 아미노산을 함유한 알약 형태의 자양강장제)도 스타 상품군에 추가할 계획이다.

중외제약은 창포엔을 알리기 위해 지난 16일 서울 신대방동 본사 인근에서 소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발이 성성한 홍 본부장의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시연행사를 가졌다.

보수적인 제약업계 문화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이벤트였던 셈이다.

영업사원들은 공기정화 스프레이 등을 판매하기 위해 약국과 할인점은 물론 애완동물협회와 렌터카업체까지 접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애완동물이나 차 안에 스프레이를 뿌리면 불쾌한 냄새를 없앨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일반의약품 및 헬스케어 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30명에 불과했던 전담 영업맨을 최근 65명으로 늘렸다"며 "소비자 대상 마케팅을 활성화해 현재 5% 미만인 관련 매출 비중을 2010년까지 15%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