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 아빠는 늘 바쁩니다.

한가한 날 둘만의 여행을 가자고 졸라도 아빠의 가방에는 언제나 많은 일거리와 걱정거리가 가득합니다.

그래서 장은 오늘도 시무룩하게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정한 말'이라는 이름의 별로 혼자 여행을 떠납니다.

장이 없어진 것을 뒤늦게 발견한 아빠는 산더미같은 일거리를 팽개치고 장을 찾아나서지요.

별에 도착해서 화가 난 소리로 아들을 찾지만 '다정한 말' 별의 사람들은 다정한 말밖에 듣지 못합니다.

아빠가 다정하게 묻자 그들은 장이 '느긋느긋'별로 떠났다고 알려줍니다.

허겁지겁 아들을 찾아 헤매는 아빠를 '느긋느긋'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군요.

그곳의 시간은 즐거워야 흐르고 슬프면 거의 흐르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고 아빠는 또다시 '천개의 문'으로 떠납니다.

'천개의 문'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야 아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장을 생각하며 흘리는 아빠의 눈물이 999개의 문을 열게 하지만 마지막 문을 여는 열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다정한 말'이지요.

아침이 되어 장을 깨우러 온 아빠는 어젯밤의 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 둘이 재미있는 별로 여행…."

프랑스 동화작가 다니엘 포세트(54)의 '아빠는 바빠요'에 나오는 얘깁니다.

이번 주 서울국제도서전 참가 차 서울에 온 그는 가족이나 일상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쓰지요.

이 책에서도 함께 놀아주기로 했지만 늘 일거리를 들고 오는 아빠에게 실망한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줍니다.

아이들은 상처받기 쉬운 만큼 치유받기도 쉽지요.

그의 다른 작품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는 수업시간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다룬 동화입니다.

선생님도 자신만큼 떨린다는 것을 알고 주인공 어린이가 용기를 내지요.

다니엘 포세트는 이렇게 아이들의 속내를 투명하게 비추며 어른들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나가는 동반자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유명한 동화작가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우리 모두가 아이들의 마음에 사랑과 희망의 문구를 새기는 작가이니까요.

아이들은 생각합니다.

아빠가 너무 바빠 날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물구나무'라는 필명의 한 '엄마'가 '아빠는 바빠요'의 독자서평에 올린 글이 인상적입니다.

'프랑스 작가의 글이지만 내 남편의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장의 아빠가 재미있는 별 여행 꿈을 좀 더 빨리 꾸었더라면 어땠을까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