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강하다.

16일 코스피 지수는 나흘 연속 상승하며 1900선에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전날 급등에 따른 부담과 1900선의 저항으로 장 초반 잠시 흔들리는 듯했지만 분위기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날 역시 지수 상승의 일등공신은 외국인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등 기관의 매수 여력이 줄어든 가운데 외국인들이 새로운 매수 주체로 나서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순매도 공세가 잦아든데 이어 외국인들은 월간 기준으로 1년만에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신용불안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면서 외국인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고, 이는 상승 동력이 필요하던 국내 증시에 반가운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외국인들의 코스피 보유 비중이 사상 최저치인 30%선까지 낮아진 상태여서 추가로 대규모 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게 중론이다.

한화증권은 "5월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지난 3월 중순 기록한 저점(30.4%)보다 오히려 높은 31%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에서 소외되던 양상에서 탈피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외국인의 매도 압력 둔화가 적극적인 순매수로 전환할지의 여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

美 경제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아직 다져지지 않은데다 신흥지역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아시아보다는 자원부국에 쏠려 있기 때문.

달러 약세가 완화되면서 원자재 시장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달러 약세 완화가 강세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로 선진국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위험자산 즉, 신흥시장으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이 경우 밸류에이션과 실적 모멘텀이 매력적인 국내 증시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 코스피 지수는 아직 1700선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메릴린치는 이날 코스피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로 다른 아시아 신흥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며 역내 최선호 지역으로 추천했다.

미국 경제와 연관성이 높다는 이유로 외국인들의 이탈에 시달렸지만, 미국 경제가 안정될 경우엔 오히려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며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경제가 오는 하반기엔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퍼지고 있어 당분간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러브콜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다음주에는 시장에 영향을 줄 주요 대외 경제지표가 적어 내부 수급 개선을 바탕으로 한 지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4월 경기선행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 주택판매 등을 통해 미국의 경제 상황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역할에 기대를 걸어봄직 하다.

일단 제자리걸음을 걸으며 에너지를 비축한 코스피가 거래량과 거래대금의 증가를 수반하며 저항선 돌파에 애쓰고 있어 1900선 돌파와 안착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