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겁니다. 우리 교단이 작은 데다 못난 사람들만 있기 때문이죠,하하.공부도 잘 못하고 품성이 썩 좋지도 않지만 하느님 앞에서는 잘났다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 성공회예요."

교회일치와 평화통일 선교에 앞장서온 김근상 신부(56·사진)가 대한성공회 제5대 서울교구장으로 선출돼 오는 22일 주교로 서품된다.

1980년 사제로 서품된 그는 서울교구 교무국장 등 교단 내 직책은 물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실행위원과 통일위원장,온겨레손잡기운동본부 상임대표 등으로 일했다.

"북한에 가서 보니 아프리카에서 본 슬픔과 아픔이 그대로 있더군요. 저는 북쪽 사람들이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할 때마다 싫다고 말합니다. 우리 민족이라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연민과 사랑 때문에 그들을 돕는 것이니까요."

1890년 한국 선교를 시작한 성공회는 현재 전국에 100여개 교회,5만여명의 신자가 있는 작은 교단이다.

교회 규모에 비해 종교 간 대화와 평화통일선교 등 여러 가지 활동을 전개해온 데 대해 김 신부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유연함을 강점으로 꼽았다.

"저의 세례명이 '바우로'인데 공동번역성경에 그렇게 돼 있어요. 개역성경에는 바울,천주교에선 바오로,영어로는 폴(Paul)인데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어요. 또 우리가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공동번역에 따르는 것일 뿐 하나님이라고 하든 한울님이라고 하든 개의치 않습니다. 그런 걸로 본질이 달라지니는 않으니까요."

동성애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성공회는 열린 태도를 지향한다.

대한성공회의 공식입장은 동성애자 사제서품와 동성애자 간의 결혼에는 반대하는 것.그러나 다른 나라나 관구의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모두가 어우러져 무지개처럼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김 신부의 설명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가 이해하고 수용하는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합의가 된 뒤에는 철저히 따라야 하고요."

김 신부는 순교자 집안 출신이다.

외조부인 이원창 신부가 평양에서 대성당을 지키다 6·25전쟁 때 순교했고,작고한 부친(김태순 신부) 또한 성공회 성직자였다.

"제2대 교구장을 지낸 김성수 주교로부터 주교 반지와 십자가를 물려받았다"는 그는 내년 1월 서울교구장에 취임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