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 장승업(1843∼1897년)으로부터 시작된 근대 한국화의 흐름은 오원의 제자들인 소림 조석진,심전 안중식 등을 거쳐 백련 지운영,위사 강필주,이당 김은호,청전 이상범,심산 노수현으로 이어진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올 봄 전시로 오원과 제자 조석진·안중식,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지운영·강필주 등 쟁쟁한 근대 한국화가들의 작품을 모은 '장승업화파전'(18일~6월1일)을 연다.

한국화의 원류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전시로 간송 전형필(全鎣弼)이 소장한 그림 중 오원의 대표작 '귀거래도(歸去來圖)',처음 일반에 공개되는 '계산무진(谿山無盡)' 등 40~50점을 포함해 조석진,안중식,지운영,강필주의 작품 10여점씩 모두 100여점이 전시된다.

오원의 생애와 조선 후기 한국화의 탄생,조선시대의 미술사적 의미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기회다.

오원의 '귀거래도'는 산수와 인물을 주제로 그려낸 10폭 짜리 그림 중 첫 번째 수작.달리 고향이 없었던 자신의 처지를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빗대어 그린 작품이다.

풀뿌리 같은 인생의 굴곡진 여정이 화폭 속에 잘 녹아있다.

한 폭에 말 두 마리씩 여덟 마리를 그린 오원의 '팔준도'는 '어자조련(御者調鍊)''종미환행(從尾環行)''몽니정관(蒙泥靜觀)''호치비주(豪馳飛走)' 등 4폭으로 나눠 그린 작품.당시 위상이 급격히 추락한 사대부들의 처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이 그림은 1936년 간송미술관을 설립한 전형필이 당시 민영완으로부터 구입했다고 미술관 측은 설명했다.

간송미술관의 최완수 연구실장은 "오원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였던 이상적의 사위 이응헌의 집에서 심부름하던 천민출신으로 우연히 그림 실력을 인정받아 화업을 시작했다"며 "사대부 계층이 몰락하고 평민층이 세도가문과 연결돼 부를 축적하며 새로운 미술 감상층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그림의 대중화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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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