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축설계업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하루빨리 해외로 진출하라고 말합니다.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최근 두바이의 한 호텔 로비에서 만난 육은아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전무(41)는 "한국의 엔지니어와 업체들의 잠재력이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설계업계에서 처음으로 '별'을 단 육 전무는 희림의 해외영업을 총괄하는 야전사령관.

그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외국어 실력과 인맥 관리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할 뿐이지 국내 설계사들의 실력은 월드 클래스"라며 "일을 맡겨 보면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설계사들이 국내에선 지나치게 공간 효율성을 따져 성냥갑 같은 건물을 많이 만들어낸 게 사실이지만 다른 미션을 주면 놀랄 만큼 창조적으로 변신한다고 덧붙였다.

육 전무의 한국인 설계사에 대한 높은 평가는 국내 업체 가운데 해외시장 개척의 선두주자로 나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의 역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2000년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희림의 해외사업부를 이끌게 된 그는 베트남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 차근차근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설계'를 세계에 알려왔다.

현재 공사 중인 베트남 최고층 타워인 하노이시컴플렉스와 중국 시안 외곽의 1만5000가구 고급 아파트 및 오피스단지 건설에도 희림이 설계회사로 참여했다.

육 전무는 또 두바이 시리아 등 중동에서도 수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치맛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00년대 초 해외 일감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던 국내 건축설계사무소로서는 예상할 수 없었던 비약적 행보다.

1년에 9~10개월은 베트남 중국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등으로 출장을 다니며 전 세계를 상대로 영업하는 육 전무는 최근에는 호치민과 아부다비에도 지사를 세우기 위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에 묻혀 살면서 정작 자신의 '숙원사업'인 결혼은 미처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 사이 희림은 지난해 총매출 1201억원 중 약 100억원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해외매출이 전년대비 무려 4배이상 신장했다.

또 지난해 신규 수주액 기준으로는 총 2133억원중 해외수주가 571억원에 달했다.

그는 "'제살 깎아먹기식' 단가 경쟁을 하는 국내에서보다 해외 사업의 수익률이 훨씬 높다"며 "특히 중동쪽은 한번 신뢰를 얻으면 추가 수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힘들더라도 왕족 등의 인맥을 구축하는 게 중동 비즈니스의 팁"이라며 "여성들이 '차도르'를 두르는 문화를 존중해 개인적으로는 검정ㆍ남색 정장만 입고 다닌다"고 덧붙였다.

육 전무는 뉴욕에서 건축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세계적인 설계업체인 겐슬러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두바이=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