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부산지방법원 앞 한 음식점.법무법인 청률의 변호사들이 모여 식사를 하면서 토론에 열중하고 있다.

한 변호사가 소송이 걸린 문제의 어려움을 토로하자 동료 변호사들이 자신의 경험과 참고 판례와 서적 등을 조언해준다.

청률의 점심시간은 이처럼 변호사들이 늘 모여 함께 식사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법률상의 문제점 등을 서로 조언하는 '토론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관례다.

청률은 또 16명 소속 변호사 중 사법연수원에서 곧장 합류한 변호사는 2명뿐이다.

검찰 출신이 2명,법원 출신은 12명이나 된다.

지방 로펌답지 않게 전관과 '스타' 변호사가 많은 이유다.

검찰총장 출신인 김도언 변호사와 부산고등법원장 출신인 김적승 변호사가 고문을 맡고 있다.

부산에서 변호사로 변신한 '개업 1호 여판사' 김선옥 변호사도 청률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부산지법 가정지원에서 이혼 재산분할 상속 등을 전담했던 김 변호사는 청률에서도 가사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장하성 펀드와의 맞대결에서 판정승한 장희석 변호사는 청률의 또 다른 자랑거리.'장-장의 대결'로도 불린 이 사건은 기업 지배구조 전문인 장하성 펀드가 부산의 건설업체 동원개발 측의 주식을 매수한 뒤 감사 선임 등을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당연히 힘겨운 싸움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업 자문 전문인 장 변호사가 회사 경영진과 위임장 처리 투표방법 등을 협의,주총에서 의결권 싸움으로 종결하도록 잘 마무리지었다.

장 변호사는 펀드 측 공격에 방어로만 대응하지 않았다.

그는 "독단적인 경영은 안 된다.

유보금의 일정 부분을 투자해야 한다"는 자문도 회사 측에 전달,동원개발이 경영 체질을 선진적으로 바꾸는 데도 일조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법원의 사건 배당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은 청률의 경쟁력을 높이는 대목.부산지법 동부지원장 출신의 김문수 대표변호사는 사건을 수임자나 규모에 상관없이 관련 분야 전문가에게 기계적으로 맡긴다.

변호사들 사이에 사건 수임을 놓고 쓸데없이 경쟁하거나 내분이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이런 플러스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청률은 해마다 10~15% 정도의 매출 신장세를 보여왔다.

처리 사건도 월 60건을 넘는다.

송무와 기업 자문, 도산 분야에 특히 강점을 갖고 있지만 도시개발 분야도 강하다.

현재 신항만 개발과 문현금융단지,해운대온천개발,동부산관광단지개발 등 부산의 주요 도시개발 사업에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

환경 침해도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문현금융단지의 유류 오염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사건과 지율 스님의 단식농성으로 유명한 천성산 KTX 철로터널 공사 관련 공사금지 가처분 사건,철새 도래지인 을숙도를 관통하는 명지대교 관련 공사금지 가처분 사건,태풍 매미가 부산ㆍ경남 일대를 관통하면서 발생한 해일 피해 관련 사건도 처리했다.

김해공항 중국 민항기 추락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사건과 광안리 미월드 놀이동산 소음 관련 영업시간 제한 가처분 사건 등은 지역에서 발생한 중요 현안에 청률이 관여한 사건들이다.

일반 소송사건 중에서도 일조권 등 환경 침해 관련 가처분과 손해배상 사건,주택 재개발ㆍ재건축 사건,기업 회생 업무도 처리했다.

청률이 문을 연 것은 2001년 2월.김 대표변호사와 장희석(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이동준(울산지방법원 소년부지원장),최창용(부산지방법원 판사),김종기(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이채문 변호사(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판사) 등 6명이 의기투합해 결성했다.

청률(靑律)은 그 이름을 지을때부터 깨끗하고 바르다는 것을 법인의 지향점으로 삼았다.

자칫 혼탁할 수도 있는 법조 문화에 바른 모범을 보이겠다는 이유에서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