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 개발키로 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시스템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하는 쏘렌토 후속모델(프로젝트명 XM)의 카오디오에 음성만으로 휴대폰,MP3플레이어,USB 등을 통합 작동시키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장착키로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MS가 미국과 유럽,일본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를 제치고 현대.기아차와 손잡은 배경과 관련,"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나오는 한국의 앞선 IT인프라를 활용해 새 비즈니스를 개척하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PC 기반의 차량용 멀티미디어


현대.기아차와 MS가 구상 중인 차량용 IT 기술의 핵심은 자동차 안에서도 디지털 생활을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다.

내년 말 선보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첫 단계다.

윈도 기반의 새로운 차량용 운용체제(OS) 소프트웨어가 휴대폰은 물론 아이팟 등 각종 MP3플레이어,USB 등 저장매체를 통합적으로 연결하고 음성으로 기능을 제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CD나 MP3플레이어 등을 손으로 조작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지게 된다.

차량에 위급상황이 생기면 휴대폰을 통해 구난센터와 연결하고,차량 상태도 점검해 주는 기본적인 텔레매틱스 기능을 덧붙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내 미디어 사용환경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기능이 지속적으로 추가될 것이기 때문에 이 시스템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MS측이 차량용 운용체제를 내놓으면 이를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기술 개발에 국내 중소기업들을 참여시킬 예정이다.

시장성 있는 새 기술에 대해선 얼마든지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미다.

현대.기아차와 MS는 오디오에 이어 멀티미디어와 내비게이션 기기 등으로 차량용 OS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서 텔레매틱스(차량용 무선정보시스템)와 인터넷 콘텐츠의 차량내 활용을 위한 협력 프로그램도 진행할 방침이다.


◆MS는 왜 현대.기아차를 택했나


자동차 IT분야에서 MS와 현대.기아차의 기술 제휴에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숨은 노력,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IT 인프라 환경,현대.기아차의 앞선 차량 IT기술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과 빌 게이츠 MS 회장의 인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 IT의 중요성을 눈여겨 봤던 정 회장은 2000년 6월 게이츠 회장 방한때 자동차관련 IT사업을 함께 추진키로 양해각서를 맺었다.

정 회장이 지난 6일 저녁 청와대 만찬장에서 "빌 게이츠 회장과는 2000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친밀감을 나타낸 배경이다.

정의선 사장은 2006년 1월 다포스포럼에서 처음 게이츠 회장을 만나 '자동차와 IT의 접목'에 공감했고 이후 다양한 협력방안을 주도적으로 모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탄탄한 IT 인프라는 현대.기아차가 MS를 기술제휴 파트너로 끌어들이도록 도와준 또 다른 공신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IT관련 기술이 다른 글로벌 카메이커들에 비해 강점이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에 장착된 운전자통합정보시스템(DIS)만 해도 운전자가 차량내 모든 전자기기를 모니터를 통해 쉽게 작동시킬 수 있도록 한 첨단시스템으로 경쟁사 제품보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