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유가가 크게 오르자 대체에너지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회사원 정모씨(38)는 간접투자를 위해 관련 펀드를 찾아봤다.

메릴린치에서 7년 전에 설정한 역외펀드인 '뉴에너지펀드'를 발견한 정씨는 상품 팸플릿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판매사마다 투자자가 부담하는 수수료가 달랐기 때문이다.

W은행의 경우 총보수 1.982%에 선취수수료 1.5%를 따로 내는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반면 K은행에서 받아 온 전단지엔 총보수가 1.91%,선취수수료는 가입금액에 따라 0.75~1.5% 차등 적용됐다.

정씨는 "외국계 운용사가 해외에서 만든 역외펀드 중에는 선취수수료나 보수를 상한선과 하한선만 정해놓고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상품이 간혹 있다"는 창구 직원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됐다.

물론 2006년 이후에 국내 운용사가 만든 펀드의 경우엔 동일한 상품이라면 판매사마다 같은 수수료를 받는다.






펀드 투자가 대중화됐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보기엔 펀드와 관련한 보수나 수수료 체계는 여전히 복잡하다.

전문가들은 펀드 가입 때 투자설명서를 자세히 읽어보고 의문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판매사 직원에게 문의해 확실히 이해한 다음에 투자동의서에 서명하라고 조언한다.


◆수수료와 보수는 어떻게 다른가


수수료는 일회성 개념이다.

클래스A 상품처럼 가입 때 판매사가 미리 떼가는 선취수수료가 대표적이다.

거치식이라면 한번만 내면 되지만 적립식은 매번 내야 한다.

가령 선취수수료 1%가 붙는 상품에 매월 50만원씩 적립식으로 가입했다면 실제로는 매월 49만5000원씩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일정 시점 이전에 환매할 경우 부과되는 환매수수료도 일회성 비용이어서 수수료 범주에 포함된다.

반면 보수는 매년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판매사가 가져가는 판매보수, 자산운용사가 펀드 운용 대가로 받는 운용보수 등으로 구성된다.

펀드 보수는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다.

투자 구조가 어려워 상품 설명이 더 어려울수록, 펀드 운용을 위해서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더 많은 품을 들여야 하는 상품일수록 보수는 올라간다.

자산운용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매월 유형별 평균 보수를 공시한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주식형펀드는 2.22%, 채권형펀드 0.52%, 부동산펀드는 1.70% 등이다.

실물에 투자하는 펀드는 대개 보수가 더 비싸다.

도이치투신운용이 최근 내놓은 '도이치DWS와인그로스실물펀드'는 선취수수료 1%에 총보수가 3.885%나 된다.

이 상품은 프랑스 특급 와인에 직접 투자한다.

와인 생산과 유통에 정통한 전문가들을 동원해야 하는 만큼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설명이다.

반면 온라인 전용 펀드들의 보수율은 낮은 편이다.

창구직원이 상담을 해주는 펀드가 아니기 때문에 판매보수가 싸다.

인덱스펀드 역시 보수가 낮다.

특정 지수를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어서 매니저의 노력이 상대적으로 덜 들기 때문이다.


◆클래스A.C, 어떤 게 유리할까


같은 주식형펀드라면 운용보수는 모두 같다.

판매사가 보수를 가져가는 방식에 따라 동일 상품 내에 클래스A와 C형 등을 두고 가입자가 선택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A형은 가입 때 선취수수료를 떼는 대신 매년 내는 판매보수는 싸다.

C형은 선취수수료 없이 평균잔액을 기준으로 매년 일정 비율을 판매보수로 낸다.

상품에 따라 E, Ce, C2 등으로 표시되는 것은 온라인 전용 펀드다.

보통 창구에서는 클래스A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매년 물어야 하는 판매보수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투자기간이 3년 이상일 경우 클래스A가 C형보다 유리하다.

반면 1~2년 정도 단기 투자를 계획한다면 클래스C가 나을 수 있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펀드'를 예로 들어보자.

이 상품의 클래스A는 선취수수료가 1%,총보수가 1.70%다.

클래스C는 선취수수료가 없는 대신 총보수가 2.55%다.

이 상품에 1000만원을 거치식으로 투자하고 매년 5%의 수익이 난다고 가정한다.

첫 해에 A형 가입자는 선취수수료 10만원에 총보수 17만원,총 27만원을 부담한다.

C형 가입자는 25만5000원을 내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3년차가 되면 A형의 누적 부담액은 63만5925원, C형은 80만3887원으로 역전된다.

10년이 되면 A형은 223만원, C형은 320만원으로 차이는 더 벌어진다.

투자 기간을 고려해 클래스를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엔 판매사가 매년 떼가는 판매보수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재룡 한국펀드연구소장은 "서비스 대가가 모호한 판매보수는 없애고 선취수수료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