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의과학대학교가 암 및 당뇨병 정복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해온 '이길여암.당뇨연구원'이 9일 문을 열었다.

이 연구원은 아시아 최초로 '마우스 대사(代謝)질환 특화센터'를 갖추는 등 세계 수준의 기초의학 연구시설을 구축한 데다 김성진 원장 등 해외 석학 17명을 영입해 머지 않은 시기에 치료제 개발 등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테크노파크 안에 지하 2층,지상 5층,연면적 1만6600㎡ 규모로 세워진 이 연구원은 실험장비 구입과 건물 공사에 670억원,연구진 확보 및 실험용 특수 쥐 구입에 340억원 등 총 1000억원이 투입돼 착공한 지 1년2개월 만에 완공됐다.

연구원의 핵심 실험실인 마우스 대사질환 특화센터는 유전자를 조작해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등 대사성 질환에 걸리게 만든 형질 전환 쥐를 이용해 기초연구와 신약개발에 나서게 된다.

이 실험실은 미국에도 6곳만 있으며 아시아지역에선 지금까지 없었던 첨단 특수시설이다.

이 센터의 최철수 박사는 "우리 센터는 세계 1위인 미국 예일대 시설을 능가하는 최첨단 장비를 갖췄다"며 "예를 들어 세계에서 두대 밖에 없는 독일산 9.4 테슬러급(24억원) 핵자기공명분광기(NMRS)를 이용해 쥐의 몸에 자기장을 걸면 체내 특정물질의 농도 변화를 확연하게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연봉 2억원 이상을 받는 연구원 7명을 포함한 호화 연구진도 연구소의 앞날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김성진 원장은 암과 염증질환을 억제하는 종양성장인자(TGF-β)의 유전자 및 수용체의 결손으로 인해 암과 자가면역질환이 유발되는 원인을 밝혀 치료법 및 신약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최철수 전 예일대 교수는 각종 대사질환에 걸린 쥐 모델 개발에,전숙희 전 로잘린드 프랭클린 의대 교수는 당뇨병,김영범 전 하버드 의대 교수는 비만과 관련된 2형 당뇨병,마무라 미즈코 전 쓰쿠바 의대 교수는 당뇨성 류머티스 및 알레르기 질환 등의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은 "세계 인구의 5%가량이 암과 당뇨병 환자인 데도 아직까지 시원한 치료방법이 개발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50명(교수급 22명)의 연구진을 2년 안에 100명(26명)으로 늘려 향후 5년 내에 국내 최고,10년 안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암.당뇨병 전문연구소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성진 원장은 "연구진들이 해외 석학들로 구성돼 의료 선진국들과 협력체제 구축이 용이하고 뇌과학연구소 임상연구센터 등 가천의대 관련 인프라도 훌륭한 만큼 기초 및 임상연구의 수준이 빠르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