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 '물가 비상'이 걸렸다.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은 유가와 곡물 원자재 가격의 동반 오름세가 인플레이션 망령을 되살리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2004년 8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당초 2.8%에서 4.1%로 크게 높였다.

최악의 경우 4.6%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신용 위기를 맞아 지난해 9월 이후 일곱 차례나 금리를 내리면서 4%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유로존(유로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3.3%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 2%를 웃돌고 있다.

CNN머니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바꾸는 저축의 법칙'을 소개했다.

본격적인 인플레이션기를 맞아 재테크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질 금리에 주목하라

인플레이션은 돈의 실질 가치를 훔쳐가는,재테크 시장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

예컨대 만일 오늘 1만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고 잠자리에 든다면 내일 일어났을 때 당신 손엔 9999원만 남아 있게 된다.

똑같은 1만원짜리이지만 내일의 실제 가치는 1만원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란 도둑이 가치를 훔쳐갔기 때문이다.

예금도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이 진행될수록 예금의 실질 가치는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알아둬야 할 상식으로 '실질 금리'가 있다.

만일 은행에서 예금에 대해 연 5%의 금리를 준다고 해 보자.이는 숫자상의 '명목 금리'다.

실질 금리는 따로 있다.

물가 변동을 포함한 금리다.

실질 금리를 구하려면 명목 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빼야 한다.

명목 금리가 연 5%이고 연간 물가 변동률이 4%라면 실질 금리는 1%에 불과하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가치가 거의 제자리 걸음에 그친다는 얘기다.

◆실물 자산이 뜬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기 위한 투자의 기본은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실물 자산은 가장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회피) 수단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예금 채권 등 금융 자산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진다.

사람들은 금융 자산 대신 인플레이션을 가격에 반영하는 실물 자산을 사려 하기 때문에 부동산 금 등의 가격이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금리 인상을 예고한다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으려 한다.

금리 상승은 예금자에겐 굿 뉴스이지만 대출받은 사람과 채권 투자자에겐 배드 뉴스다.

대출자의 경우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금리(채권 할인율)가 올라가는 만큼 채권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에게도 악재다.

인플레이션기엔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만큼 대출은 고정 금리가 유리하다.

만기 동안 매달 내는 이자가 고정될 경우 갈수록 채무자가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의 실질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채권자는 앉아서 손해를 보는 셈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