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만기도 무사히 통과한 주식시장이 9일 프로그램 매물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뒷걸음질치고 있다.

선물 외국인들이 대규모 '팔자'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오전 10시58분 현재 프로그램으로 4280억원이 넘는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이 여파로 코스피 지수는 1826.04P로 21.96포인트(1.19%) 하락 중이다.

전날 2포인트를 넘어서며 강세를 보였던 시장베이시스가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로 다소 약화되고 있는데다 다음주 연휴를 앞두고 있는 탓에 그간 늘어났던 매수차익잔고가 일부 청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오는 6월 트리플위칭데이를 앞두고 과도하게 늘어난 물량을 일정 부분 소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사상 최고 수준인 7조원을 넘어서면서 베이시스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은 언제든지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동안은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선물 매수가 차익잔고의 증가를 이끌었지만 외국인들의 선물 누적 순매수 포지션이 이미 2만 계약에 근접하고 있어 추가적인 유입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분간 프로그램 매매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국내 증시의 상승 탄력 둔화와 변동폭 확대가 예상된다.

하지만 심 팀장은 "중요한 것은 매수차익잔고만이 아니라 순차익잔고 수준"이라면서 "현재 프로그램 순차익 잔고는 4조9923억원으로 지난해 12월(4조9596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순차익잔고 수준으로만 본다면 프로그램 매매의 부담이 그리 큰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는 "전날 美 증시가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내수주의 실적 개선 등 긍정적인 모멘텀을 배경으로 반등했고,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주가 흐름도 긍정적"이라면서 "프로그램 매물 출회에 지나치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선물 외국인들의 매도로 베이시스가 둔화되면서 그간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했던 연기금도 스위칭 매매의 방향을 틀어 매도 우위로 돌아서고 있다.

연기금은 최근 투신권이 연일 주식을 순매도하는 와중에도 대규모 매수세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 3월 이후 주춤하던 매수세가 최근 1800선을 넘어서면서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SK증권은 "매수세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5월 들어 연기금은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금융 등 주도업종을 중심으로 골고루 순매수하고 있다"면서 "지수 상승에 따른 순환매 관점의 접근이라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기금 매수의 절대적 수준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주식비중이 아직 낮기 때문에 美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연기금이 재차 주식 비중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증권사 김영준 연구원은 "연기금의 순매수는 단기 시각이라기 보단 중기 관점에서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비록 주가 상승 동력으로 곧바로 연결되진 않겠지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외부 환경이 호재보다는 악재가 다시 부각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내부적으로 수급이 악화될 경우 시장이 다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매수차익잔고에 대한 부담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고 연기금이 미약하나마 에너지를 제공해준다면 이번 조정 국면이 무난하게 끝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추세가 살아있는 기술적인 조정국면은 낙폭이 커 봐야 1800선 전후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