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세보다 싸야 팔린다.'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시장에선 그동안 분양가격이 비싸더라도 팔렸다.

새 아파트의 고품질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프리미엄을 기대해서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로까지 확대적용되고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이 더 똑똑해진 것이다.

5월 청약시장의 성패는 역시 '분양가'였다.


주변시세보다 싼 서울서초 두산위브와 인천 청라,부천 중동 등의 분양아파트에는 수요자가 몰렸다.

반면 관심지역으로 꼽혀온 용인.화성 등 수도권 남부에선 청약신청자가 전무할 정도로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

◆서초동 트레지움 5.4 대 1

서울 강남권에서 최근 1순위 마감된 단지는 서초구에서 공급된 '두산위브 트레지움' 아파트다.

두산건설이 서초세종아파트를 재건축한 98가구짜리 소규모 단지로 30가구 일반분양에 163명이 신청,5.43 대 1을 기록했다.

강남권은 작년 9월 이후 서초동 롯데캐슬메디치 등 2곳이 '청약률 제로'를 기록하고 5개 분양단지 중 최대 청약률이 0.59 대 1일 정도로 침체돼 있어 두산위브의 청약률은 이례적이다.

트레지움에 수요자가 몰린 이유는 분양가격이 주변시세보다 싸서다.

106㎡형이 8억6000만원대,160㎡형은 13억1000만원대다.

인근 아파트인 '롯데캐슬 클래식' 112㎡형이 10억5000만원 이상,165㎡형이 18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트레지움 단지가 1개동인 점을 감안해도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2일부터 청약을 받은 인천 청라지구 '웰카운티'도 537가구 공급에 931명이 청약하면서 1순위에서 마감됐다.

청약저축 가입 5년 이상,가입액 600만원 이상 수요자에게만 신청기회가 돌아갔을 정도다.

웰카운티 역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서 3.3㎡당 789만~873만원대로 작년 말 분양됐던 GS건설 '청라자이'와 중흥건설 'S클래스'(1300만원대)보다 400만원 이상 저렴하다는 점이 조기마감 요인이었다.

또 경기도 부천 중동재건축 역시 80㎡형을 제외한 111~130㎡형 모두가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인근 이화공인 관계자는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데다 인근의 기존 아파트보다 싸서 높은 관심을 끌었다"고 말했다.

◆경부축 참패,중소형 선호 여전

이에 반해 용인과 화성에서 분양된 '동백 롯데펜트하임'과 '동탄 파라곤' 타운하우스는 청약률이 제로였다.

용인 구성지구 동양파라곤 아파트 155~194㎡형의 경우 202가구 모집에 42명만이 신청했다.

그나마 109㎡(33평)형이 1순위에서 마감된 게 위안거리였다.

최근 수요가 급감한 대형주택에 주변 시세보다 비싼 분양가를 고수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백지구 내 로얄공인 관계자는 "일부 단지는 주변 중개업소조차 모를 정도로 소리없이 '깜깜이 청약'이 이뤄졌다"며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3㎡당 300만원이나 비싸 이를 의식한 주택업체들이 아예 순위 내 청약마감을 포기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함께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늘면서 그만큼 분양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분양가격이 비싸면 입지가 아무리 좋아도 외면받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