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보험은 '구멍난 우산'

보험사기 당하고… 수입억 손실 계약자에 전가…

우체국 보험이 보험 사기범에 걸려 12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부당 지급하는가 하면 부실 운용으로 고객에게 손실을 떠안기는 등 문제 투성이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우정사업본부와 체신청 등을 대상으로 한 '우체국 금융사업 운영 실태' 감사 결과 이 같은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체신청 관하 모 우체국 계리원 A씨는 2006년 8~9월 보험 사기범이 고액보험 가입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위조해 보험 15건의 해약을 신청하자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 12억18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고 감사 착수 당시까지 3억1300만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사기범이 위조한 주민등록증은 주소지의 번지를 누락한 데다 위조 방지용 홀로그램이 허술해 가짜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며 "A씨는 우체국보험 업무를 8년 이상 취급한 직원이면서 확인을 소홀히 해 보험 사기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보험 회계처리 부실로 계약자가 수십억원대 손실을 보는가 하면 고객에게 줄 돈이 자사의 이익으로 둔갑한 사례도 밝혀졌다.

우정사업본부는 보험 계약자에게 배당하지 않은 배당 준비금을 장기배당 준비금으로 환원하지 않고 자사 이익금으로 귀속시키는 등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계약자 지분 35억원을 부당하게 취득했다.

또 정보통신부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판매한 무배당 보험인 '우체국 단체보장보험'의 손실을 유배당 일반 보험의 손익으로 처리,일반 보험 계약자들에게 36억9000만원의 손실을 떠안게 했다.

보험금의 부실 운용도 다수 적발됐다.

우정사업본부 자금운용팀은 2004~2007년 39개 주가연계 파생상품에 투자해 1억5000만원의 평가 손실과 18억원의 기회 손실을 입었고 원자재 및 엔터테인먼트 관련 고위험 장외 사모 파생상품에 투자해 18억원의 평가 손실을 입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