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직전까지 갔던 이머징마켓(신흥시장) 펀드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 등 이머징 펀드들은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글로벌 증시 조정으로 큰폭의 손실을 입었으나 올 3월 중순 증시가 반등하면서 빠른 속도로 수익률을 회복 중이다.

8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중국 펀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정점에 달한 지난 3월21일 기준 1개월 수익률이 -20.01%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플러스 수익률을 지속하며 5월2일 현재 13.48%로 해외 주식형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32%를 넘던 연초 대비 손실폭도 절반 수준인 15%대로 줄어들었다.

인도 펀드도 지난 한 달간 9.7%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중동·아프리카(10.07%) 브라질(8.09%) 등 지역 펀드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여러 지역 이머징마켓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들도 돋보이는 성적을 내고 있다.

친디아(중국 인도) 펀드는 13.1% 올랐으며 아시아이머징(11.55%)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차이나·9.77%) 펀드 등도 10대 이상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브라질 펀드는 올 1월 중순부터 오름세를 유지하며 연초 대비 수익률이 3.02%를 기록 중이다.

남미와 중동·아프리카 펀드도 각각 0.84%와 0.64%를 기록하는 등 플러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이머징펀드들의 강세는 해당 지역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기 때문이다.

하락 골이 깊었던 홍콩 항셍지수는 3월17일 올 최저점인 21084.61을 찍은 뒤 반등,5월5일까지 24.1%나 뛰어올랐다.

인도 증시도 같은 기간 23.1% 상승했으며 브라질(16.9%) 싱가포르(16.3%) 포르투갈(15%) 체코(12.1%) 대만(10.3%) 터키(10.2%) 스페인(10%) 등도 10% 이상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한동안 망설였던 국내 투자자들도 다시 이머징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1월 한 달간 국내 이머징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1조559억원이었으나 2월엔 절반 수준인 5678억원으로 줄어들고 3월엔 2256억원으로 위축됐다.

하지만 4월 들어 9833억원을 기록,증가세로 전환됐다.

시장이 달아오르자 그동안 출시 시점을 저울질하던 자산운용사들도 서둘러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KB자산운용과 SH자산운용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각각 브릭스와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어린이펀드를 출시했다.

교보투신운용은 브릭스 국가에 투자하되 최근 변동성이 높아진 점을 감안해 자유롭게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는 전환형 펀드를 내놨다.

동양투신운용은 홍콩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H주)에 자동 분할매매 방식으로 투자하는 중국 신상품을 선보였다.

KB자산운용 김병기 마케팅팀장은 "전 세계 펀드 투자대상이 기존 선진국에서 이머징시장으로 넘어가는 양상"이라며 "최근 보인 단기적인 회복속도도 뛰어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이머징 국가들의 높은 경제성장력 등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건 역시 이머징 펀드"라고 분석했다.

증권사들도 신흥시장에 대해 다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증권은 글로벌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약세장(Bear)' 국면에서 '중립(Neutral)'으로 전환했으며,특히 브라질 콜롬비아 대만 등 이머징마켓에 대해선 '중립'에서 '강세장(Bull)'으로 상향조정했다.

SK증권 원종혁 연구원도 "미국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머징마켓 기업들은 견고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이머징펀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펀드의 경우 중국정부의 확실한 증시부양 의지로 앞으로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