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천문학자로 '코스모스' 등의 명저를 남긴 칼 세이건(1934~1996)의 부인이자 과학저술가인 앤 드루얀 코스모스스튜디오 대표(59)가 방한했다.

1992년 칼 세이건과 함께 쓴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김동광 옮김,사이언스북스) 한국어판 출간에 즈음해서다.

"이 책은 1980년대 초부터 집필하기 시작했으니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과학정신과 입장은 거의 수정되지 않았어요.

물론 우주의 나이를 150억년에서 137억년으로 고치는 등 새롭게 발견된 과학적 사실은 반영했지만요.

칼은 그런 면에서 혁신적이었고 정말 천재적이었죠."

미국과 소련의 군비확장 경쟁이 한창이던 1980년대 초부터 집필된 이 책은 인간들의 어리석은 행위의 근본에 있는 정치적ㆍ감정적 기원을 파헤치기 위해 기획됐다.

저자들은 진화론의 탄생 과정,DNA의 기본원리,40억년에 가까운 생명 진화의 이야기 등을 하나씩 짚으면서 영장류의 등장과 그 행동양식에 들어있는 우리 조상들의 흔적,현생 인류와의 연결고리 등을 찾고 있다.

그러면서 민족 간 갈등과 문명 간 투쟁,종교 간 대립과 환경 파괴,급격한 멸종 등 인류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발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진화의 역사에서 보면 인류는 분명 우리 조상들의 폭력성을 물려받았지만 동시에 서로 돕고 평등한 관계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능력 또한 물려받았어요.

이런 이중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다면 인간이라는 종의 미래에 대해 좀 더 희망적인 전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드루얀 여사는 1980년대에 방영된 TV프로그램 '코스모스' 시리즈를 세이건과 함께 집필했고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콘택트'의 대본도 썼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