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값비싼 아파트를 샀다가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법원경매에 고가 아파트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경매업체인 지지옥션은 올 1~4월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감정가 10억원 이상 고가아파트 법원경매 진행건수는 총 247건으로 작년 동기 85건보다 3배로 늘었다고 6일 밝혔다.

같은 기간 전체 경매물건이 3638건(지난해)에서 3663건(올해)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고가 아파트 물건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수도권에서 경매된 전체 아파트 건수 대비 10억원 이상 아파트 비율은 지난해 2.3%에서 6.7%로 상승했다.

고가아파트 물건이 늘어나면서 감정가 이하에 낙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권리상 특별한 하자가 없는데도 감정가보다 수억원씩 떨어지기도 한다.

지난 28일 낙찰된 서울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전용면적 154㎡형은 두 번 유찰됐다가 세 번째 경매에서 14억15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18억원)보다 3억8500만원이 떨어진 금액으로 낙찰가율은 78.6%에 그쳤다.

서울 강북권 다가구.다세대의 낙찰가율이 100%를 훨씬 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아파트 전용 141.3㎡형도 지난 3월6일 경매에서 감정가인 20억원보다 2억6180원 낮은 가격에 낙찰됐다.

고가주택은 각종 규제로 2006년 말 이후로 지속적인 약세를 보여왔다.

주택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일반 거래시장에서는 매매마저 끊겼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가격이 최정점에 올랐을 때 무리하게 집을 산 사람들에게 자산가치 하락과 대출이자 부담으로 더 이상 주택을 소유하기 어려운 시기"라며 "올 초 금리가 높았던 시기에 접수된 경매물건이 여름부터는 본격적으로 법원경매에 나올 것으로 보여 고가 아파트 경매물건 증가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