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신도시'로 불릴 정도로 청약과열을 빚었던 판교신도시에서 입주예정자들과 시행사격인 대한주택공사 사이에 저급 마감재를 둘러싼 분쟁이 빚어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이익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주공이 지방 사업장에서도 일반화된 화강석이나 대리석으로 저층부(1~3,4층) 외벽을 시공하지 않고 붉은 벽돌로 시공하자 입주예정자들이 '뿔'이 났다.

판교입주예정자연합회는 6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판교신도시에서 아파트 외벽이 유행이 지난 저급 마감재인 적벽돌로 시공될 예정이어서 아파트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저층부 외벽은 페인트칠한 콘크리트→적벽돌→화강석→대리석으로 발전해왔다.

이미 5~6년 전부터 대리석 외벽이 적용된 아파트들이 나올 정도로 고급 외벽 마감재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연합회 측은 설명했다.

아파트 외벽이 입지나 브랜드 못지 않게 아파트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판교아파트 분양 당시 홍보물이나 아파트 모형 어디에도 '아파트 외벽은 적벽돌로 시공한다'는 문구가 없었다는 점이다.

판교 21-1블록 입주자협의회 이병학씨는 "브로셔에 연한 주황색으로 외벽이 그려져 있었을 뿐 벽돌을 쓴다는 말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1-1블록에 짓는 주공 '휴먼시아'에서 처음으로 적벽돌로 올리는 걸 보고는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입주민들이 추가 부담금을 낼 테니 화강석이나 대리석으로 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주공에선 안 된다는 답변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주공은 "공사중인 블록이 두세 개가 아니라 27개에 달하는 만큼 마감재를 적벽돌에서 석재로 바꿀 때 비용부담이 크다"며 "시공사들과 하도급 하수급 계약도 다 맺은 만큼 설계변경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판교 입주자연합회는 "판교에서 마감재를 바꿀 경우 전국 주공 사업장에서 똑같은 요구가 터져나올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이 서판교에서 시공 중인 4-1,9-1,9-2,10-1블록에선 도로가 단지 사이를 지나가는 등 입지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리석으로 저층부 외벽을 시공 중이다.

판교 입주자연합회는 오는 9일께 주공 판교건설단을 방문,항의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과 같은 분쟁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다른 사업장에서도 잇따를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