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진출 패턴이 바뀐다] (2)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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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원 현지인…26층 점포는 1층으로
중국 광둥성 선전시 신도심인 푸티엔구 진티엔로.늘어선 마천루 중 하나인 롱차오 랜드마크 빌딩 1층에 우리은행유한공사(중국) 선전분행의 간판이 걸려있다.
선전분행은 당초 구도심의 빌딩 26층에 있었으나 올 2월 말 1층으로 옮겼다.
중국인을 상대로 위안화 영업을 하기 위해 3배가량 높은 임대료를 주고 이사왔다.
중국 내 선전분행,베이징분행 등 4곳이 이렇게 1층으로 옮겼다.
이성만 선전분행장은 "한국 기업 대상으로 기업금융만 하면 어디에 있어도 괜찮지만 소매영업을 하려면 1층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점포엔 창구 5개와 프라이빗뱅킹(PB) 상담실 3개를 갖췄다.
24명 직원 중 20명이 중국인이다.
은행 뒤쪽에선 초고층 아파트 수십동이 올라가고 있다.
푸티엔지행도 이달 중 설립할 예정이다.
지행장인 리웨이칭씨를 포함해 12명 전원이 중국인이다.
리씨는 중국 감독당국과 챠오상 은행,상하이 푸둥은행 등을 거친 16년차 베테랑 뱅커로 '관시(관계)'를 앞세워 VIP 영업을 전담한다.
시중은행들이 13억 인구의 거대한 중국 금융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하나은행이 지난해 말 현지법인으로 전환했고 신한은행은 오는 6월2일 현지법인을 세운다.
외환,기업은행도 현지법인 설립을 신청한 상태다.
한국 기업과 교포 상대 영업에서 벗어나 중국인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개인 대상 위안화 영업을 하려면 현지법인을 세워야 한다.
중국의 예금 규모는 2007년 말 40조1000억위안(약 5774조원)으로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2000~2007년 여신증가율은 연평균 15% 선으로 경제성장률(9.4%)을 능가한다.
특히 유동자산 100만달러 이상 부유층이 2007년 31만가구(총 자산 1조6000억달러)에서 2011년 61만가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완 신한은행 베이징 현지법인장은 "중국 금융시장의 성장은 지금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6년 12월 외국계 은행에 처음으로 소매시장을 열었다.
그러나 규제의 벽이 만만치 않다.
우선 2011년까지 예대비율을 75% 이하로 낮춰야 한다.
해외에서 달러를 빌려 한국계 기업에 대출해주던 한국계 은행들은 예대비율이 2005년 말 평균 800%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4월 단기 외화 차입을 40% 줄이도록 한 데 이어 올 4월엔 지난 3월 말보다 15% 더 축소토록 해 자금을 회수해야 할 판이다.
또 올해 위안화 대출 한도는 작년 증가분만큼만 늘릴 수 있다.
김희태 우리은행유한공사 은행장은 "각종 대출 규제를 이겨내려면 현지 중국인 부자 등을 대상으로 예금을 많이 유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지 영업을 위해 우리은행은 현재 5곳인 영업망을 2010년까지 53곳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하나은행은 2012년까지 40개,기업은행은 2013년까지 4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공격적 전략을 펴다보니 인력 확보가 큰 걸림돌이다.
수요가 몰리다보니 파생상품 등 전문직의 경우 3~5년 경력자의 임금이 연봉 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애써 키워놓은 인력이 떠나기도 한다.
지난해 중국 금융기관 종사자의 이직률은 20%를 넘는다.
게다가 1만개가 넘는 지점과 수십만 명의 직원을 가진 초대형 중국 은행뿐 아니라 세계적 명성을 가진 씨티,HSBC 등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한국계 은행들이 일단 PB 등 특화 전략에 승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종석 하나은행유한공사 은행장은 "중국 은행에 불만을 가진 중국인들이 예상 외로 많다"며 "까다로운 한국의 PB고객을 만족시킨 서비스로 무장한다면 전체 인구의 3%인 중국 부유층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철수 우리은행유한공사 부장은 "앞으로 자유경쟁이 확대되기 전에 빨리 진출해 힘을 키우는 게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선전=김현석/베이징=정인설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