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넘은 쇠고기인지 구별 어려워

농림수산식품부가 당초 7일 국회 농수산위 청문회에 제출할 예정이었던 한·미 쇠고기 협상 합의문 원문을 이틀 앞당겨 5일 공개했다.

그동안 시민단체의 공개 요구를 '자구 수정'을 이유로 거부했으나, '은폐 논란'이 확산되자 빨리 알리는 쪽으로 방침을 선회한 것이다.

합의문 22조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 첨부하는 수의당국의 수출검역증에는 품명(축종 포함),포장수량,최종 가공작업장,기재 중량,도축장,식육가공장,보관장 명칭,주소 및 작업장 번호,도축기간 또는 가공기간 등이 표시된다.

하지만 연령표시 항목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부칙 4조'에서 수입위생조건 시행일 후 첫 180일 동안 T본 및 포터하우스 스테이크의 경우 미국 측이 30개월령 미만의 소에서 생산됐음을 확인시켜 줄 '어떤 표시'를 상자에 부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 표시도 검역 재개 이후 180일 동안만 유효하고 그 뒤로는 부착 여부를 재협의하기로 했다.

결국 7종의 특정위험물질(SRM) 수입 허용 여부를 가르는 '30개월령' 이상 또는 미만 여부를 국내 검역 단계에서는 좀처럼 확인하기가 어려워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6일 열리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당정이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연령 표시가 없어 '30개월 미만'임을 증명할 수 없는 SRM을 전량 반송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정부는 사실상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며 현행 수입위생조건 내에서 검역을 최대한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8조에서는 한국 정부가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는 육류 작업장 중 대표성을 띤 표본에 대해 현지 점검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번에 정부가 미국 도축장에 검역관을 상주시키는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도 이 조항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점검 결과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중대한 위반을 발견했더라도 한국 정부는 이를 미국 정부에 통보할 수 있을 뿐 독자적인 조치를 취할 권한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현/유창재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