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창업에 실패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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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일이다. 당시 버스에는 승객들에게 요금을 받는 차장이 따로 있었다. 한 할머니가 버스를 탔다. 다음 정거장에 차가 서자 할머니가 차장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유?”
“답십리입니다, 할머니.”
그런데 할머니는 내리지는 않고 차가 설 때마다 차장에게 묻는 게 아닌가. 이번엔 차장이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내리시는 데가 어디세요? 제가 거기서 알려드릴게요.”
“응, 종점이야. 거기서 내리면 되.”
“네?”
가만히 있으면 종점까지 갈 텐데, 할머니는 종점이 동네 이름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차안의 사람들이 박장대소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도 살면서 이런 비슷한 일을 겪는다. 돈 벌기위해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이 바로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명퇴 후에 창업에 도전한다. 대개의 창업자들 공직이나 대기업 취업시험 관문을 통과한 엘리트 코스 출신이다.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임을 한 사람들은 나이도 있고 나름대로 지위를 누린 사람들이라 다시 남의 밑에서 일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작으나마 ‘사장’으로서 2의 인생을 펼치고자 치밀한 사전 조사를 하고, 정보를 얻고, 공부를 해서 부푼 가슴으로 개업을 한다.
평생 일한 직장의 퇴직금으로, 한 푼 두 푼 모은 적금을 타서, 재산으로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이 사람 저사람 자금을 끌어 모아서.......하나 같이 자기 살과 피 같은 소중한 자금이다.
월급쟁이보다 더 나은 바람으로 시작한 창업.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성공률은 저조하다. 큰 대야 하나 머리에 이고 초등학교도 간신이 나와 겨우 글씨 읽고 셈하는 정도의 아주머니의 성적과는 대조적이다. 10년, 20년 후 아주머니들은 자식들 대학 졸업시키고 작은 가게도 마련하지만 퇴직 창업자들의 10년 후 성적표는 보잘 것 없다. 직장 다닐 때 이렇게 열심히 했다면 벌써 승진했을텐데하고 한탄할 정도로 열심히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 때문에 눈칫밥은 고사하고 황혼이혼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한번은 내가 양조장 사장과 대화할 일이 있어 물어보았다. 나이가 70이 다된 그분은 당시로는 드물게 고학력의 엘리트로서 순탄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창업주가 아니었다. 그는 가업을 물려받아 관리만 한 것뿐이지 자신이 성공을 시킨 건 아니라고 실토했다.
“선친께서는 학력이 어떻게 되셨나요?”
“말씀드리기 송구할 정도입니다.”
“학력과 사업은 비례하나요?”
“아니요, 절대로 반비례할겁니다. 사업으로 돈 벌기 위해서 가방끈 늘린다는 것 실성한 짓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학력이 높을수록 돈 많이 벌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공부를 하고 관련 학위를 따고 정보를 수집한다. 돈을 벌기위해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회사임원 퇴직자와 남대문시장 옷장사중 누가 더 장사를 잘할까. 돈을 벌려면 학교로 가면 안 된다. 시장에 가야한다. 이미 만들어진 지식을 갇힌 데서 외울 일이 아니라 시장에서 장사를 익혀야한다.
왜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비싼 사교육비 들여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려할까?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는 엄밀히 말해 졸업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것이다. 왜 자격증을 취득할까? 취업을 위해서다. 고졸보다 대졸이 취업이 쉽고 승진이 쉽고 더 큰 시험에 유리하다. 즉 이미 만들어진 탄탄한 회사에 월급쟁이 관리인으로 들어가기 위하 것이지 사업을 위한 것은 애초부터 아니다.
반면 사업은 창의다. 사업은 성실하고 정확하게 지키는 관리 일이 아니다. 매사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내야하는 창업의 연속이다. 그래서 장사를 하려면 장터에 가야지 학교에 가는 것은 난센스나 다름없다.
그런 면에서 대기업에서 숫자에 밝은 경제학위자나 법에 밝은 율사들을 경영의 핵심으로 포진하는 일은 위험천만이 아닐 수 없다. 관리자의 지식을 사업으로 착각하면서 미래를 창조하는 사업을 개척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어불성설이다. 그런 관리자 마인드는 관리에 능하기에 창출에 의한 돈벌이가 아니라 법이나 관리의 허점을 이용한 돈벌이의 손쉬운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빌게이츠가 대학에서 배운 대학 학위 때문에 성공했던가. 사업가들의 사업수완은 철저하게 시장에서 몸에 밴 것이지 이론으로 전수되는 것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나 기업임원 퇴직자들이 창업에 실패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고 본다. 주어진 지식을 반복하는 시험, 그 시험에 우수한 성적자로 대우 받던 엘리트 습성을 사업에 그대로 적용하려하기에 실패 확률이 더 높은 게 아닐까. 종점을 동네로 착각하던 할머니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면 너무 억지일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사진을 볼게 아니라 직접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 퇴직자가 사업을 하려면 처음부터 ‘올인’하지 말고 장사를 처음 배운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의 모든 지식, 정보를 무시하고 시장에서 허드레 경험부터 걸음마하시길 권해본다. (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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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유?”
“답십리입니다, 할머니.”
그런데 할머니는 내리지는 않고 차가 설 때마다 차장에게 묻는 게 아닌가. 이번엔 차장이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내리시는 데가 어디세요? 제가 거기서 알려드릴게요.”
“응, 종점이야. 거기서 내리면 되.”
“네?”
가만히 있으면 종점까지 갈 텐데, 할머니는 종점이 동네 이름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차안의 사람들이 박장대소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도 살면서 이런 비슷한 일을 겪는다. 돈 벌기위해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이 바로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명퇴 후에 창업에 도전한다. 대개의 창업자들 공직이나 대기업 취업시험 관문을 통과한 엘리트 코스 출신이다.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임을 한 사람들은 나이도 있고 나름대로 지위를 누린 사람들이라 다시 남의 밑에서 일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작으나마 ‘사장’으로서 2의 인생을 펼치고자 치밀한 사전 조사를 하고, 정보를 얻고, 공부를 해서 부푼 가슴으로 개업을 한다.
평생 일한 직장의 퇴직금으로, 한 푼 두 푼 모은 적금을 타서, 재산으로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이 사람 저사람 자금을 끌어 모아서.......하나 같이 자기 살과 피 같은 소중한 자금이다.
월급쟁이보다 더 나은 바람으로 시작한 창업.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성공률은 저조하다. 큰 대야 하나 머리에 이고 초등학교도 간신이 나와 겨우 글씨 읽고 셈하는 정도의 아주머니의 성적과는 대조적이다. 10년, 20년 후 아주머니들은 자식들 대학 졸업시키고 작은 가게도 마련하지만 퇴직 창업자들의 10년 후 성적표는 보잘 것 없다. 직장 다닐 때 이렇게 열심히 했다면 벌써 승진했을텐데하고 한탄할 정도로 열심히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 때문에 눈칫밥은 고사하고 황혼이혼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한번은 내가 양조장 사장과 대화할 일이 있어 물어보았다. 나이가 70이 다된 그분은 당시로는 드물게 고학력의 엘리트로서 순탄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창업주가 아니었다. 그는 가업을 물려받아 관리만 한 것뿐이지 자신이 성공을 시킨 건 아니라고 실토했다.
“선친께서는 학력이 어떻게 되셨나요?”
“말씀드리기 송구할 정도입니다.”
“학력과 사업은 비례하나요?”
“아니요, 절대로 반비례할겁니다. 사업으로 돈 벌기 위해서 가방끈 늘린다는 것 실성한 짓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학력이 높을수록 돈 많이 벌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공부를 하고 관련 학위를 따고 정보를 수집한다. 돈을 벌기위해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회사임원 퇴직자와 남대문시장 옷장사중 누가 더 장사를 잘할까. 돈을 벌려면 학교로 가면 안 된다. 시장에 가야한다. 이미 만들어진 지식을 갇힌 데서 외울 일이 아니라 시장에서 장사를 익혀야한다.
왜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비싼 사교육비 들여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려할까?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는 엄밀히 말해 졸업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것이다. 왜 자격증을 취득할까? 취업을 위해서다. 고졸보다 대졸이 취업이 쉽고 승진이 쉽고 더 큰 시험에 유리하다. 즉 이미 만들어진 탄탄한 회사에 월급쟁이 관리인으로 들어가기 위하 것이지 사업을 위한 것은 애초부터 아니다.
반면 사업은 창의다. 사업은 성실하고 정확하게 지키는 관리 일이 아니다. 매사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야 내야하는 창업의 연속이다. 그래서 장사를 하려면 장터에 가야지 학교에 가는 것은 난센스나 다름없다.
그런 면에서 대기업에서 숫자에 밝은 경제학위자나 법에 밝은 율사들을 경영의 핵심으로 포진하는 일은 위험천만이 아닐 수 없다. 관리자의 지식을 사업으로 착각하면서 미래를 창조하는 사업을 개척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어불성설이다. 그런 관리자 마인드는 관리에 능하기에 창출에 의한 돈벌이가 아니라 법이나 관리의 허점을 이용한 돈벌이의 손쉬운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빌게이츠가 대학에서 배운 대학 학위 때문에 성공했던가. 사업가들의 사업수완은 철저하게 시장에서 몸에 밴 것이지 이론으로 전수되는 것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나 기업임원 퇴직자들이 창업에 실패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고 본다. 주어진 지식을 반복하는 시험, 그 시험에 우수한 성적자로 대우 받던 엘리트 습성을 사업에 그대로 적용하려하기에 실패 확률이 더 높은 게 아닐까. 종점을 동네로 착각하던 할머니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면 너무 억지일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사진을 볼게 아니라 직접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 퇴직자가 사업을 하려면 처음부터 ‘올인’하지 말고 장사를 처음 배운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의 모든 지식, 정보를 무시하고 시장에서 허드레 경험부터 걸음마하시길 권해본다. (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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