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시들은 발전속도가 매우 역동적인 데 반해 전통과 정체성이 느껴지지 않는 게 안타깝습니다.

서울의 많은 초고층 건물과 아파트는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획일적 형태로 구성돼 있죠.아시아 어느 국가보다도 조형미와 세련미가 탁월한 한국 전통건축이 도시건축에 계승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프랑스건축가협회(SFA) 회장이자 파리 국립건축대학인 벨빌대학 건축학부 교수인 로랑 살로몽씨(54·사진)는 한국의 도시건축에 대해 이같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살로몽 회장은 자신이 설계한 용인시 양지면의 고급 타운하우스 '루아르밸리(한일건설 시공)'의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최근 방한했다.

1990년대 말부터 한국을 찾기 시작했다는 그는 건축가 답게 방한할 때마다 유명 사찰,전통 한옥,정자 등을 꼭 들른다고 한다.

이번에도 영주 부석사와 안동 병산서원 등을 둘러봤다.

"보면 볼수록 심오한 매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게 한국 건축이죠.그 자체가 '자연이고 풍경'이죠.자연속에 지어졌으면서도 거부감 없이 자연과 하나 되는 정교한 구도(체계)를 가졌습니다. 이 같은 '건축의 맥'을 정작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 건축에 비해 일본 건축은 유약해 '가구인지 건축인지 분간이 안 되는 구조'인 반면 중국 건축은 '담'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건축이 부수적 존재가 돼버린 불균형 구조'라고 설명했다.

살로몽 회장은 한국 건축의 미래에 대해서는 매우 밝게 평가했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성을 우선하는 도시개발을 하다보니 아직까지는 한국 건축의 탁월한 묘미를 현대적으로 재현해내지 못하고 있지만,훌륭한 건축가가 많아 앞으로 한결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 개발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파리에서는 40층 이상의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한국의 주요 도시에서도 초고층이 반드시 필요한지부터 따져보고 결론을 내리는 게 좋다고 밝혔다.

초고층 건물은 경제성과 상업성은 뛰어날지 모르지만,그에 못지않게 도시공동체생활에 부작용도 크다고 지적했다.

파리국립건축대학인 벨빌대학에서 건축과 교수를 맡고 있는 살로몽 회장은 한국에도 30여명의 제자가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