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또다시 미국의 덤핑마진율 계산방식인 '제로잉(Zeroing)'이 WTO 협정에 위반된다는 판정을 내렸다.

'제로잉'이란 특정품목의 덤핑마진을 계산할 때 수출가격이 국내가격보다 낮은 제품(모델)만 덤핑마진에 산입하고 수출가격이 국내가격보다 높은 경우는 마이너스가 아닌 제로(0)로 계산해 덤핑마진을 늘리는 방식이다.

수출국가들에 불리한 이 같은 제로잉 방식은 전 세계에서 미국만이 유일하게 사용하고 있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WTO의 최고재판소격인 분쟁항소기구는 멕시코가 철강수출과 관련,미국을 제소한 데 대해 "작년 말 WTO 분쟁중재패널이 미국의 제로잉 관행 일부를 인정한 것은 관련 법규를 잘못 해석한 데 따른 것"이라며 패널의 결정을 기각했다.

멕시코는 자국의 스텐인리스강 수출에 대해 미국이 제로잉을 적용한 것에 대해 WTO에 미국을 제소했으며,분쟁중재패널은 작년 12월 "예외적인 제로잉은 인정된다"고 사실상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판정은 미국이 덤핑여부 초기 조사에서는 제로잉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반면 실제 덤핑 관세율이 부과되는 연례 리뷰 때는 제로잉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멕시코는 이에 반발해 항소했으며 항소기구가 이번에 분쟁패널의 결정을 뒤집고 제로잉이 협정위반이라는 최종 판결을 내린 것이다.

WTO는 그동안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이 제기한 일련의 소송에서 제로잉이 협정위반이라고 판정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 같은 판결을 완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