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작년 9월부터 숨가쁘게 펼쳐온 기준금리 인하행진을 일단 멈추고 당분간 경기상황을 관망할 뜻을 내비쳤다.

그렇다고 추가 금리인하 여지를 완전히 차단한 건 아니다.

작년 9월 이후 계속된 '완화' 위주의 통화정책 기조를 일단 '중립'으로 조정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연 2.0%까지 하락한 미국의 기준금리는 경제지표가 어떠냐에 따라 추가 인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FRB는 4월3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연 2.25%에서 2.0%로 0.25%포인트 인하키로 결정했다.

은행들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되는 재할인율도 연 2.5%에서 2.25%로 역시 0.25%포인트 내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04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FRB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이 발생한 작년 9월 이후 기준금리를 7차례에 걸쳐 3.25%포인트 떨어뜨렸다.

이는 경기침체(recession)가 닥쳤던 2001년의 금리인하 속도보다 더 빠른 것이다.

이처럼 숨가쁜 금리인하 행진은 일단 멈출 공산이 커졌다.

FOMC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연속적인 금리인하를 상징하는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통화정책을 중립으로 전환할 의사를 시사했다.

구체적으론 "금융시장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신용 경색과 주택시장 위축은 앞으로 몇 분기 동안 경제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그동안 FOMC 성명서에 빠뜨리지 않았던 "경기 하강 위험이 남아 있다"는 문구를 없앴다.

경기침체를 우려하면서도 그 강도는 누그러뜨려 추가 금리인하의 절박성을 배제한 셈이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상승해왔다"고 밝힘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강도를 높였다.

이는 당분간 금리인하를 중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지만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완화될 것"이란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런 문구를 볼 때 FRB가 추가 금리인하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당분간은 금리인하를 중단한 채 관망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FRB가 이처럼 중립적인 통화정책으로 선회한 것은 지난 3월 베어스턴스 사태 이후 신용위기가 완화될 조짐이 역력한 데다 그동안의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책 등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에 그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침체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는 만큼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작용했다.

FRB의 이런 태도는 경기에 대한 우려가 아직 크다는 것으로 해석돼 이날 뉴욕증시는 하락세로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FRB의 이런 태도로 미뤄볼 때 당분간 금리가 동결된 채 추가 인하 여부는 경제지표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가 생각만큼 회복되는지 여부에 따라 금리정책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에단 해리스는 "FRB는 일단 11월까지는 금리를 동결할 전망"이라며 "그때 상황을 봐서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도 "경기가 반짝 회복 후 다시 가라앉는 이른바 더블딥(double deep) 가능성이 있는 만큼 통화완화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는 당분간 통화정책보다는 경제지표에 의해 움직일 공산이 크다.

당장은 2일 발표될 4월 고용지표가 관건이다.

월가에서는 4월 중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7만5000개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이후 4개월 연속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만일 4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 금리인하 중단은 일시적이 아니라 확실한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유가 및 상품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서 뉴욕증시는 상당한 상승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