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청 점거와 가두시위.'(1987년 7월) '조합원 1만5000여명이 운집한 사내 대운동장 파업 출정식과 경찰 1만여명을 동원한 농성 강제 해산.'(1988년 8월)

지난해 발간된 '현중 노조 20년사'를 통해 돌아본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의 과거다.

1987년 설립된 현대중공업 노조는 1994년까지 파업과 시설물 점거 농성 등 강경 노동운동을 주도하며 국내 노동운동의 선봉에 섰었다.

정확히 20년 후인 지난해 이맘 때.현대중공업 노사는 '선진 노사 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 선포식'을 가졌다.

1995년부터 올해까지 14년째 임단협을 분규 없이 타결해 왔다.

2005년에는 민주노총을 탈퇴해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합리적인 노동운동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세인들의 이목을 다시 집중시키고 있다.

노사 상생을 뛰어넘어 노조 스스로 회사의 해외 수주를 돕기 위해 발로 뛰고 나선 것이다.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노조원 및 김헌태 엔진기계사업본부 전무를 비롯한 경영진과 함께 29일까지 8일간의 일정으로 쿠바를 찾았다.

쿠바에 발전설비를 수출하고 있는 회사의 해외 세일즈를 돕기 위한 출장이다.

오 위원장은 카를로스 라헤 부통령 등을 만나 "어떠한 공사를 맡기더라도 노조가 책임지고 최고의 품질과 납기를 준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읍소에 가까운 부탁이다.

이런 노조를 둔 덕일까.

현대중공업은 지난 28일 올 1분기 매출 3조6700억원에 영업이익 6396억원을 남겼다고 발표했다.

1972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세계 1위 조선업체로서의 역량을 또 한번 안팎에 과시한 셈이다.

일부 대기업 노조의 과격하고 비합리적인 투쟁으로 해외 투자자들은 여전히 한국의 노사관계를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오 위원장의 해외 세일즈는 투쟁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강성 노조들에 '불편한 진실'이 될 것이 분명하다.

다음 달 '춘투(春鬪)'의 계절이 시작된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고 기계를 세워 경제활동까지 멈춰 온 노조위원장들에게 "오 위원장을 꼭 한 번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장창민 산업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