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술품 경매가 끝나고 난 뒤 입찰가와 낙찰가 외에도 꼭 한번 눈여겨 봐야 할 것이 바로 낙찰되지 않은 작품들이다.

시카고의 '레슬리 힌드맨' 경매장에서 지난해 12월에 열린 미국 유럽 미술품 경매는 매출액 123만6000달러를 올렸으며 경매에 나온 396개의 작품 중 78%가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그런데 작가 '루이 뒤로'의 2000~6000달러에 달하는 팝아트 조각작품 11개는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날 힌더맨씨는 "뒤로의 작품을 원하는 수차례의 판매 요청이 있어 작품 모두를 팔았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수집가들이 경매 이후 전화를 걸어와 결국 10% 인하된 가격에 작품이 팔린 것이다.

미술품 경매에서는 보통 경매물품 중 20~30%가 낙찰되지 않지만 결국 곧 주인을 찾게 된다.

이런 '바이-인'(낙찰되지 않은 작품을 가리키는 경매 용어)이 발생했다는 것은 경매인의 실수로 여겨지기 때문에 보통 비공개로 사후 판매가 진행된다.

주요 경매가 끝난 다음 날이면 경매인들은 낙찰되지 않은 작품 소유주의 대리인에게 그 이유와 추후 일정을 설명하고 바이-인에 관심 있는 딜러와 수집가들의 전화를 받느라 바쁘다.

크리스티의 미술 전문가 제니퍼 라이트는 "보통 일주일 동안 사후 제안을 받는다"며 "거의 모든 경매에서 10여건의 사후판매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딜러들이 사후 판매의 주 고객이다.

경매업체 '뉴욕'의 딜러인 데이비드 내쉬는 "나를 포함한 딜러들이 경매가 끝난 뒤 낙찰되지 않은 작품을 찾느라 바쁘게 뛰어다닌다"고 설명했다.

경매는 투명성을 내세우지만 판매 이후의 거래는 모든 부분에서 은밀히 진행된다.

보통 경매를 준비하면서 들어간 카탈로그 사진촬영,외부감정,보험,운송 등의 비용을 대리인 대신 경매인이 미리 지불한다.

따라서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작품의 소유자를 대신한 대리인은 빚을 지게 돼 대리인들로선 작품을 팔기 위해 최저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

경매 준비 비용은 작품 최저가의 평균 5%에 달할 정도다.

작품 대리인들은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작품을 팔고자 나서기 때문에 가격 협상이 가능해진다.

경매업자들도 작품 비용을 낮추기 위해 자신들 몫인 중개 커미션을 줄이기도 한다.

라이트옥션의 리처드 라이트 회장은 "못 파는 것보다 커미션을 줄이더라도 파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경매 이후 판매는 수지가 맞는 장사다.

미국 코네티컷의 경매업체인 새넌즈는 지난해 10월 경매에서 매출액 230만달러를 올렸으나 경매에 내놓은 작품의 21%는 팔지 못했다.

하지만 사후판매에서 작품 10여점을 더 팔아 12만5000달러의 수익을 더했고 이는 총 매출액의 4%에 달했다.

"사후 판매는 안 팔린 작품이라는 낙인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새넌 경매의 진 새넌 회장은 말한다.

정리=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이 글은 '예술가의 비즈니스'의 저자 다니엘 그랜트가 '미술품 경매 그 후'(The Aftermath of an Auction)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