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위기는 기회’라는 역발상으로 반도체 업계의 패권 굳히기에 들어갔다.

대부분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 규모를 줄이는 가운데 공격적 투자 계획을 밝힘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25일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는 성과 못지않게 11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 특히 반도체 부문에 대한 7조원 이상의 투자 확정이 눈길을 끌었다.

같은 날 하이닉스가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시설투자 금액을 1조원 가량 줄인 2조6000억원 가량으로 조정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최근 시황 악화 속에서도 메모리 업계에서 수익성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등 탁월한 경쟁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 최근 시황 악화가 중장기적 측면에서는 위기이기 보다 시장지배력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기회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민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투자에 따라 D램의 경우 지난해 말 25% 수준이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연말이면 28~29%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이닉스 뿐 아니라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한결같이 투자 계획을 축소하는 추세다. 실제로 대만의 최대 D램 업체 파워칩은 판매가격이 현금원가에도 못 미치는 캐시버닝 상태가 2분기 연속 지속되자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20% 가량 줄였다.

박정욱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의 엘피다와 독일의 키몬다도 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으며, 대부분 대만 D램 업체들도 하반기에 추가적인 생산량 증가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일부 조사기관은 D램 공급 증가율이 약화돼 성수기 동안에 많게는 30%의 가격 상승을 예상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현재 예상대로 하반기 공급이 줄고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확대된다면 실적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1분기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2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뚜렷한 차별화를 보였다.

하이닉스의 경우 1분기 333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파워칩이 100억8100만 대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대만 업체들 대부분 큰 폭의 적자를 냈다. D램 업계 5위의 미국 마이크론도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영업손실이 7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홀로 흑자를 내는 삼성전자의 저력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높은 원가경쟁력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민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D램의 절반 정도가 휴대폰 등 모바일용이며, 이는 26% 가량 높은 가격을 받는 고부가가치 제품 구성”이라며 “기술력에서 비롯된 원가경쟁력도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21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2.21% 오른 68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는 반면, 하이닉스는 1.40%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