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제일화재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자 손해보험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이 취약해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 있는 곳이 많아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제일화재를 놓고 메리츠화재와 한화그룹 간 M&A 분쟁이 본격화되자 손해보험사들은 일제히 경영권 안정을 위한 점검에 들어갔으며 대주주 지분이 낮은 손보사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11개 국내 상장 손보사 중 대주주 지분율이 견고하거나 든든한 그룹사를 끼고 있는 곳은 삼성화재 동부화재(동부그룹) 한화손보(한화그룹) 롯데손보(롯데그룹) 흥국쌍용화재(태광산업) 등이다.

나머지 회사들은 대주주 지분율이 대체로 취약하다.

실제로 제일화재의 적대적 M&A에 나선 메리츠화재의 경우 최대주주(조정호 회장 외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2.36%에 불과하다.

이는 제일화재 대주주인 김영혜 이사회 의장의 지분율(20.68%)과 큰 차이가 없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제일화재 M&A 사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겠지만 메리츠화재 역시 적대적 M&A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일화재의 백기사 역할을 한 한화 측이 메리츠화재를 역으로 공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의 시가총액은 현재 1조1000억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3000억~4000억원이면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LIG손해보험도 대주주 지분이 취약한 대표적인 손보사다.

최대주주인 구본상 외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5.46%에 그친다.

이에 따라 구본상씨는 지난 1월 말 8만주를 취득하는 등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회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과 피델리티펀드 등이 LIG손보 지분을 각각 5.37%와 4.1% 보유하고 있다.

LIG손보의 시가총액도 메리츠화재와 비슷한 1조1000억원 수준이다.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현대해상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대주주인 정몽윤 회장의 지분율은 21.67%에 그친다.

LIG손보(4.93%) 국민연금(4.2%) 헤르메스연기금(2.73%) 등도 현대해상의 주요 주주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대부분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위협과는 무관하다"고 전했다.

현대해상은 지난 2월 940만주(10.5%)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연장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지분 경쟁 발생시 우호세력에 넘겨 우호지분으로 만들 수 있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주요 주주는 원혁희 회장 외 특수관계인 22.35%,국민연금 7.72%,신영증권 3.31% 등이다.

대주주 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셈이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우호세력인 신영증권과 신영투신이 합해서 5%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어 경영권 안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비은행 금융지주회사(보험지주회사)를 허용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을 하고 있는 만큼 보험업에 대한 메리트가 증가하고 있다"며 "대주주 지분율이 취약한 보험사는 언제든지 M&A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