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취임 20여년 만에 퇴진한다.

또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온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고 전략기획실의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잔무 처리를 마친 뒤 6월 말까지 사임한다.

특검에서 조세 포탈로 문제가 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재산)는 실명 전환을 거쳐 누락 세금 납부 후 유익한 일에 쓰인다.

이 회장과 이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는 22일 오전 태평로 삼성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10가지 항목의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삼성은 쇄신안을 통해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기로 하고,대신 비(非)은행 금융업종 육성에 주력하기로 했다.


지주회사 전환은 당장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위협받는 문제가 있어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핵심 고리 가운데 하나인 삼성카드 보유 에버랜드 주식(25.64%)을 4~5년 내에 매각하는 방안 등을 계속 검토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직접 발표한 '대국민 사과 및 퇴진 성명'을 통해 "그동안 저로부터 비롯된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린 데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전격 퇴진을 선언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사임하겠다고 확인했다.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도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역시 고객총괄책임자(CCO)에서 사임한 후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데 매진하기로 했다.

삼성은 각 계열사가 독자적 경영 역량을 확보한 데다 그룹 경영체제에 대해 사회적으로도 일부 이견이 있는 점을 감안,전략기획실을 폐지하기로 했다.

특검 수사에서 조세 포탈로 문제가 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 등 차명 재산에 대해서는 실명 전환 후 누락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뒤 남는 돈을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기로 했다.

삼성은 이 회장 퇴임 후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할 인물로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을 지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