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드라이버샷을 하는 여자 프로골퍼가 있다.
지난해 여자 2부투어 상금왕 출신으로 프로 1년차 김혜윤(19·하이마트)이다.
프로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7개 대회에 출전,'톱5'에 네 차례나 들 정도로 주목받는 신인이다.
그의 드라이버샷은 통상적인 어드레스를 하지 않는 채 이뤄진다.
마치 '댄스 스텝'을 밟듯이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어느새 볼을 쳐버린다.
그의 드라이버샷 순서는 이렇다.
일단 두 발을 모은 후 클럽헤드를 볼 뒤에 놓는다(사진1).보통 이 상태에서 오른발과 왼발의 위치를 잡은 후 스윙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김혜윤은 백스윙을 위해 클럽헤드를 뒤로 빼는 동시에 오른발을 오른쪽으로 떼서 옮긴다(사진2).
백스윙 톱이 완성되자마자 다운스윙을 시작한다(사진3).
이 때 투수가 공을 던지기 위해 발을 착지하듯이 왼발을 왼쪽으로 옮긴다(사진4).
그 다음 클럽을 끌어내려 임팩트할 때는 왼다리를 단단히 버틴다(사진5).
폴로스루와 피니시는 일반 스윙과 똑같이 이뤄진다.
김혜윤이 이처럼 독특하게 드라이버샷을 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김혜윤은 항상 드라이버샷 거리가 짧아 고민이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20∼30야드가 짧다 보니 장타를 내는 것이 소원이었다.
대전체고 1학년 시절 우연한 기회에 스윙 리듬을 타는 연습을 하다가 이를 스윙에 접목시켰다.
그랬더니 평소 220~230야드 나가던 드라이버샷 거리가 240~250야드로 늘어나고 샷의 방향성도 좋아졌다.
그때부터 '리듬 타는 스윙'으로 바꿨다.
"제 드라이버샷을 보고 '그런 식으로 스윙해서 잘 치는 사람 없다'며 스윙을 바꾸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바꿔보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잘 맞고 있어 그대로 하고 있어요.
얼마 전 연습할 때 정상적인 스윙을 해봤더니 역시 10야드가량 거리가 덜 나가더군요."
이 같은 독특한 스윙은 드라이버샷에만 한정될 뿐 김혜윤도 아이언이나 페어웨이 우드를 칠 때는 정상적으로 어드레스를 취하고 스윙한다.
이에 대해 "드라이버샷은 티 위에 있는 공을 치기 때문에 '리듬 스윙'이 가능하지만 땅 위의 공은 그렇게 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KPGA 임진한 프로는 "김혜윤의 스윙은 거리를 내는 데는 유리하지만 타이밍이 굉장히 좋아야 가능하다.
리듬을 타기 위해서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아마추어 골퍼들이 따라하기는 힘들다.
다만 체중이동의 감을 익히거나 임팩트에 힘을 모아주는 방법을 알기 위해 연습 때 활용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