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화재에 대한 메리츠화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한화가 제일화재를 인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제일화재 대주주 김영혜 이사회 의장의 동생이다.

한화가 당초 예상했던 '백기사' 역할을 뛰어넘어 역(逆) M&A로 메리츠측에 선전포고함에 따라 메리츠화재의 제일화재 인수 시도는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메리츠는 "한화그룹의 개입은 충분히 예상해온 것"이라며 공개매수 등 인수절차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지분 확보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범 한진그룹과 범 한화그룹간 가문의 대결로 번질 수 있다.

한화-한진 제일화재 인수 '가문의 대결'


◆한화의 역(逆) M&A 선언


한화의 제일화재 인수 선언은 예상 밖이었다.

당초 금융계는 한화가 개입하더라도 계열사들이 십시일반으로 제일화재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점쳐왔다.

"형제 기업이 적대적 M&A에 위협받고 있는 만큼 인정상 돕는 정도가 아니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아예 경영권을 인수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시장에서 최대주주(김영혜 이사회 의장 20.68%) 수준의 지분을 인수해 제일화재를 계열사로 편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김영혜 의장과 합의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제일화재 인수를 통해 손해보험 부문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계열사인 대한생명은 생명보험 업계 2위를 달리고 있지만 한화손해보험은 시장점유율 3.1%에 불과하다.

제일화재(3.5%)에 이어 업계 8위에 머물러 있다.

한화손보는 대한생명이 59.84%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고위 관계자는 "한화손보와 제일화재는 보험업계의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양사의 시너지를 결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작에 나아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화는 제일화재를 인수해 장기적으로 손보업계 2위권 진입을 목표로 양사의 합병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리조트 한화테크엠 등 5개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제일화재 지분을 인수키로 했다.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하면 대한생명이 나서는 게 바람직하지만,대생은 2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생이나 상장사들이 지원에 나서면 형제기업을 지원하는데 회사 돈을 동원함으로써 주식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츠 "지분경쟁 준비돼 있다"


한화의 비상장 5개 계열사들은 22일 제일화재 지분 취득 승인을 위한 관련 서류를 금융감독당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측은 "한화측의 개입은 예상된 것"이라며 당초 일정대로 M&A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리츠화재가 주축이 되고 메리츠증권 메리츠종금 등이 공개매수에 가세할 계획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22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며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닌 한 공개매수를 위한 자금은 충분히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측은 메리츠측이 제시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대항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메리츠측은 당초 매입가를 더 높이는 '수정 공개매수' 카드를 써야 한다.

양측간 지분 확보 전쟁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메리츠화재측은 메리츠증권(조정호 메리츠화재 회장 소유)외에 조남호 회장의 한진중공업 계열사까지 더 깊숙이 발을 담글 가능성도 있다.

범 한진그룹 가문 대 범 한화그룹간 대결 형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장진모/손성태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