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약품이 복제약(제네릭 의약품) 개발에 강점이 있는 국내 제약사를 대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본격 나선다.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이 회사의 최대주주(지분율 50%)인 사노피-아벤티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독립경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김영진 한독약품 회장(52)은 17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는 기존 사업만으론 진정한 '홀로서기'가 될 수 없어 신약 및 복제약 개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특히 복제약 개발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 국내 제약사에 대한 M&A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6년까지 매출(지난해 2630억원)을 4배가량 늘려 '연매출 1조원 시대'를 열겠다"며 "지난 3년간 추진해온 신약 및 복제약 개발 사업이 '국내 3대 제약사'로 도약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독약품은 현재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항암제 등에 대한 복제약을 개발 중이며,제넥신 사이도스 등 국내외 바이오벤처기업들과 함께 신약 개발에도 들어간 상태다.
유망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공동 개발을 통해 경쟁 업체에 비해 다소 뒤처진 연구·개발(R&D)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얘기다.
세계 2위 제약사가 1대주주로 버티고 있는 한독약품에서 김 회장이 '눈치'보지 않고 공격경영을 펼칠 수 있는 이유는 회사에 대한 모든 경영 판단을 사노피-아벤티스로부터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2004년 말 한독약품 지분 50%를 보유한 아벤티스를 적대적 M&A 형태로 인수한 사노피는 1년 동안 한독약품의 잠재력과 기존 경영진의 실력을 지켜본 뒤 2006년부터 한독약품에 경영 자율권을 줬다. 한독약품의 2대주주(지분율 6.32%)이자 '24년 한독맨'으로 일해온 '오너급 전문경영인'인 김 회장이 회사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김 회장이 펼친 '독립경영'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005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매출은 2006년 '플러스(2.4%) 성장'으로 바뀌더니 지난해에는 성장률이 9.3%로 뛰었다.
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159억원→180억원→192억원으로 증가했다.
김 회장은 "독립경영을 계기로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들을 파트너로 포섭하기 위해 뛰어다닌 게 주효했다"며 "선진 시스템으로 무장한 한독이 사노피-아벤티스의 우산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에 글로벌 제약사들도 하나둘씩 제품을 맡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독립경영 이후 악텔리온의 트라클리어(폐동맥고혈압치료제),삼양의 니코스탑(금연보조제),화이자의 크레오신T(여드름치료제) 등이 한독약품의 품에 들어왔다.
김 회장은 "작년 말 사노피-아벤티스의 고위 관계자를 만났더니 '3년 전 한독약품을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에 합병시키지 않은 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며 흡족해 하더라"며 "한독약품의 독립경영이 경영학 교과서의 '성공사례'로 기록될 수 있도록 회사의 실력과 규모를 키우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