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 한미파슨스 대표 jhkim@hanmiparsons.com >

"CM송 말입니까?"

1996년 CM(건설사업관리) 전문회사를 목표로 사업을 시작한 뒤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그 때는 CM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했던 터라 외부 사람들을 만나면 개념부터 설명해야 했다.

CM이 활성화돼 있는 지금도 명함을 건네면 "무슨 일을 하는 회사냐"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발주자 입장에서 건설사업을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라고 말하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특히 사업 초기에는 난감한 상황도 많이 겪었다.막상 계약을 하고 현장에 나가도 다른 건설주체들이 도무지 CM의 존재나 역할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하나 더 껴입은 것처럼 우리를 불편해했다.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시어머니를 반가워 할 며느리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다 보니 비장한 어투로 "도저히 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 본사로 복귀하겠다"는 직원들의 전화도 가끔 받곤 했다.그들이 처한 상황이나 겪고 있는 고초를 누구보다도 잘 알았지만,내가 할 수 있었던 말은 "그 프로젝트가 자네의 것이라고 생각하라.그래도 들어와야겠다면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다.물론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중도에 포기한 경우는 없었다.잘 참고 견뎌준 우리 구성원이 고마울 따름이다.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달리 건설사업 추진 과정은 크고 작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설계나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굵직하면서도 중요한 의사결정이 있고,마감재 색상이나 무늬를 선택하는 소소한 것도 있다.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처럼 수많은 의사결정들이 제 시간에,그리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그렇지 못하면 낭패당하기 십상이다.예상보다 공사비가 턱없이 늘어나기도 하고,공사기간이 지연되거나 품질이 조악해지기도 한다.공사 중 발생한 감정 대립이 분규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법적 분쟁이 벌어지면 우리는 변호사를 찾는다.하지만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정한 입장에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전문가'를 찾는 발주자는 아직 많지 않다.건설사업을 전문영역으로 인정하지 않고,송사보다 덜 복잡하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필자가 보는 관점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수십 개의 업체와 수많은 근로자들이 참여하는 건설사업이 오히려 훨씬 복잡하고 잘못될 경우 피해액도 더 크다.직접 건설사업을 해 본 분들은 공감할 것이다.

모든 기업이 '고객 가치 창출'을 표방하고 강조한다. 하지만 '현명한 고객이 더 많은 권리를 누린다'는 것도 '참 명제'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