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물갈이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책은행 및 정부산하 금융기관장,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금융회사 사장까지 모두 사표를 제출했다.

일괄 사표 후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는 청와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윤용로 기업은행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한이헌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등 대통령이 임면권을 행사하는 기관장의 사표가 지난 주말과 14일에 걸쳐 제출됐다.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15일 공사 산하의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박해춘 우리은행장,정경득 경남은행장,정태석 광주은행장 등과 함께 사표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은 상장사라 하더라도 재신임 여부에 따라 사표가 반려될 수 있는 만큼 증권거래소에 공시하지는 않았다.

금융위는 이날 미국과 일본으로 순방을 떠난 이명박 대통령의 귀국 시점에 맞춰 후임 인선 절차에 대한 보고와 함께 재신임 여부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교체 범위와 관련,"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법적으로 대통령이 임면권을 갖고 있는 공기업이 주요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인 주주가 섞여 있거나 정부의 개입 없이 주총을 통해 기관장을 선임하는 곳의 경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은 그러나 이러한 '강제 사표' 방식이 재신임 여부를 떠나 관치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어느 자리에 누가 유력하다는 식의 하마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금융권 전체가 뒤숭숭한 상황이다.

한 금융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마치 일괄사표를 받아놓고 공신들에게 '나눠줄테니 한 번 찍어보라'는 식의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게다가 오는 22일로 예정됐던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정례 회의가 기획재정부의 통보로 돌연 무기한 연기되면서 정부가 관치인사에 따른 논란을 차단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일부 민간위원들이 정부의 일괄교체 방침에 반발할 것에 대비,재정부가 일방적으로 회의를 취소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심기/정재형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