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위대가 던진 보도블록에 헬멧의 보호유리가 깨지면서 왼쪽 눈을 찔렀더군요."
2007년 11월11일 범국민행동의날 집회현장.서울 안국로터리 옛 한국일보 사옥 앞에 대기 중이던 서울 78중대 1소대 소대장이었던 김용범 경위(43)는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막아섰다.
강력계 형사로 근무하다 기동대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1년 6개월 만이다.
고려대병원에서 3주간 입원해 수술치료를 받은 김 경위는 현재 시각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1989년 경찰에 몸담은 그는 사고로 시력을 잃은 후 현재 도봉경찰서 창동지구대에서 관리업무와 행정사무역을 맡고 있다.
왼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되자 자동차 운전은 물론,계단 오르내리기조차 쉽지 않게 됐다.
수술 덕분에 겉보기엔 일반인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사람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버릇도 생겼다.
당시 김 경위에게 평생의 상처를 남긴 시위대 측은 어떤 사과도,위문도 하지 않았다.
국가가 지불해준 병원 치료비와 동료들이 십시일반 거둬준 수백만원이 한쪽 눈을 잃은 대가의 전부였다.
"아마 시위대가 실명했으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됐을 텐데,경찰이 다치니 아무 소리도 없다"거나 "왜 하필 (진압부대의) 앞에 섰느냐"는 가족과 지인들의 안타까운 탄식만 들었을 뿐이다.
"농민을 비롯해 상당수 시위대는 억울한 사람입니다.문제는 전문 시위꾼들이죠.그 사람들은 평화시위는 성과가 없다고 생각해 시위를 폭력적으로 몰고 갑니다."
평생 안고 갈 상처를 이겨낸 듯 웃는 얼굴로 자신의 아픔을 얘기하던 김 경위도 이 부분에 이르러서는 착찹한 듯 눈가가 붉어지면서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
"시위대건,전경이건 모두 개인적으로 감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알고보면 형 동생들 아니겠어요.법을 준수하면서도 얼마든지 충분히 자기 주장을 펼 수 있습니다.그래야 나 같은 사람이 다시는 생기지 않죠."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