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재개된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현행 수입위생조건 개정 문제를 놓고 한국과 미국 협상단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번 협상은 총선 마무리로 쇠고기 수입 재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 상황에서 오는 15일 이명박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열리는 것이어서 쇠고기 시장 재개방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미국은 11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과 엘런 텁스트라 미국 농업부 차관보 등 양측 고위급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을 위한 협상을 벌였다.

최대 쟁점은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로 돼 있는 한국의 현행 조건 개정 여부.

미국의 요구는 이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이날 협상에서 미국 측은 연령과 부위에 제한 없는 완전한 개방을 요구하며 우리 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텁스트라 미국 측 대표는 "지난해 5월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인정받았다"면서 "이제 한국도 연령과 부위에 제한을 두지 말고 시장을 완전히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30개월 미만'이라는 연령 제한을 유지하는 대신 뼈를 포함한 쇠고기까지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수입조건 개정 불가"를 주장했던 지난 1차 협상 때보다는 다소 입장이 유연해진 셈이다.

민동석 우리 측 대표는 이와 함께 동물성 사료 사용 금지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등 안전성이 확보될 경우 단계적인 개방 확대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조건부 개방안을 미국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동물성 사료가 규제되면 자국 축산농가들이 SRM을 따로 분류,소각해야 하는 만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섰다.

우리 측은 다만 뇌 두개골 척수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에 대해서는 수입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농림부 관계자는 "SRM 수입 불가 방침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라며 "이 문제는 쉽게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협상에서 양측은 이견을 크게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이미 상당한 사전 조율이 이뤄진 만큼 협상 결과를 낙관하는 기류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 초 개방폭을 확대하는 내용의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며 "FTA의 마지막 걸림돌로 남은 쇠고기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과 타협점을 찾을 경우 내부 조율을 거쳐 다음 주 중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 시기로는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16일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