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온통 거짓말 속에 푹 파묻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가정에서 자주 하는 거짓말은 '요즘 무슨 일이 이렇게 많은지 바빠 죽겠어'가 40%로 가장 많았고,'술 많이 안 먹었어.일찍 들어갈게'가 32%로 뒤를 이었다.
이어 회식이라는 둥,주말에 워크숍을 한다는 둥,여기 상갓집이라는 둥 거짓말도 가지가지로 하며 골치 아픈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둘러댄다.
그렇다면 남자와 여자 중 누가 거짓말을 더 많이 할까?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자들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고 투덜거리나 과학적인 연구에 의하면 남자나 여자나 비슷하다고 한다.
차이가 있다면 남자들은 주로 여자 앞에서 괜히 우쭐대고 싶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허풍 섞인 거짓말을 남발하는 편이고,여자들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자주 하는 편이라는 것.
섹스에서도 남자들의 허풍은 변강쇠도 울고 갈 무용담이 난무하며,한창 때 몇 여자 울리지 않은 남자 없고,하룻밤에도 여자를 몇 번 기절시키지 않은 남자 없다.
하지만,그 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시큰둥일 때가 더 많다.
그런데 부인 앞에서는 '쪽'도 못 쓰고 기죽어 사는 남자들도 밖에 나오면 화려한 카사노바가 된다.
바람 피우다 들통이 나도 아내 앞에서는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거나,내연녀에게 '아내와의 섹스는 최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여자들도 거짓말에 관해서는 남자 못지 않다.
특히 성생활에서는 남성보다 거짓말을 더 많이 하는 편인데,오하이오주립대의 테리 피셔 교수와 메인대학 미케일레이 알렉산더 교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섹스 상대자의 수를 조사한 결과 익명성을 보장한다고 했을 때 여자는 3.4명이었다가 거짓말 탐지기가 작동하고 있다니까 여자는 4.4명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남학생은 3.7명이었다가 4.0명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부부끼리의 거짓말은 있을 수 없다거나,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남성이 궁금해 하는 진실 가운데 하나인 섹스 행위에 대한 평가를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하는 입에 발린 거짓말은 남편의 기를 팍팍 살린다.
이런 하얀 거짓말은 둘의 관계를 '쫀쫀'하게 이어주는 본드가 된다.
그러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거짓말은 필요하지 않을까?
"남편이 성관계를 요구할 때 재미없고 싫다고 대놓고 이야기를 못하고 '몸살인가 봐,으슬으슬 춥네'라거나 '오늘 너무 피곤해'라는 거짓말로 피하죠.남편과의 성관계가 '영,아니올시다'래도 '아주 좋았다'라고 말하죠.ㅎㅎ"
사람들은 누구나 듣고 싶은 말을 듣기 원한다.
부부간의 솔직함은 때로 싸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에 없는 소리는 절대 못 한다며 생뚱 맞은 솔직함을 과시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선의의 거짓말은 정직하지 않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때로는 상대가 거짓말을 해주길 기대할 때도 있고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일도 있다.
쓸데없는 솔직함은 오히려 관계를 미적분 풀기보다 더 어렵게 하고,솔직하게 들춰버린 진실은 상대를 잔인하고 슬프게 만든다.
상대가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은 거짓말을 못 한다고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그날 저녁,아내의 끔찍한 고백을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그 후,아내와 함께 잠자리를 하려고 하면 이상하게 그때 한 말이 자꾸 되살아나서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저라고 아내와 왜 자고 싶지 않겠어요? 하지만 내 몸이 말을 안 듣는 걸 저더러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흔히들 신혼 초에 깨가 쏟아질 때,이렇게 좋으니 영원히 죽지 말고 오래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으니 같은 날 같은 시에 같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혹시라도 한 사람이 남을 경우 따라 죽겠다거나 절대로 재혼하지 않고 애들 잘 키우면서 살겠다고 맹세를 한다.
그러나 중년이 된 지금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망설이지 않고 그 마음 그대로라고 할 수 있을까?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고 지금은 그저 서리 맞은 무청처럼 후줄근한 남편을 위해 '당신이 최고'라는 새빨간 거짓말 한 마디가 그 어떤 해구신보다 더 낫지 않을까?
/한국성교육연구소 www.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