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세계적인 자산가격 급등에 힘입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블라인드형 부동산펀드'(투자대상을 미리 정해 놓지 않은 부동산펀드)들의 투자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부동산에 투자하는 '한국WW베트남부동산개발특별자산1'은 설정 1년이 지났지만 실제 투자금액은 설정액의 10%에 불과하다.

이 펀드는 지난해 3월 1223억원 규모로 설정됐지만 이날 현재 투자금액이 145억원에 그쳤다.

펀드 측은 부동산 개발회사에 90여억원,서비스레지던스 건물에 50여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 펀드 관계자는 "지난해 베트남시장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투자를 하지 못했다"며 "올해 호찌민 인근 오피스빌딩에 250억원 정도를 투자하는 등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펀드 설정 이전에 투자대상을 정해두는 것이 원칙"이라며 "설정 이후에 투자대상을 물색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운용의 또 다른 블라인드형 부동산펀드인 '한국월드와이드아시아태평양특별자산1'(설정액 73억원)도 작년 7월에 설정됐으나 3개월이 지난 10월에 50억원 규모의 첫 투자를 했을 뿐이다.

한때 판교상업용지,상하이 호텔 등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관심을 모았던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1'은 전체 설정액의 30% 수준인 1300억원을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들 부동산 펀드는 모두 5~7년간 환매가 금지돼 있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돼 있지만 투자실적 부진을 반영하듯 주가는 모두 시초가를 밑돌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