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을 불과 이틀 앞두고 '물가보다 내수 위축이 더 걱정'이라고 밝히자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며칠 전 "지금은 성장보다 물가"라며 한은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던 것과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 발언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당장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물가 불안이 눈에 띌 정도로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 물가관리목표 상한선(3.5%)을 넘었다.

특히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9%로 4%에 육박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측면의 물가 상승 압박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까지 겹쳐 한동안 물가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는 하강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표상으론 아직까지 괜찮은 편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경기보다 물가 잡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을 마냥 무시하기도 힘들다는 게 문제다.

특히 총선 이후 새 정부가 본격적인 성장 드라이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번 금통위 직후 이성태 한은 총재의 입에서 대통령의 '내수 위축 걱정'에 대한 화답 성격의 멘트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