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성감별, 憲裁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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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부인의 출산을 한 달여 앞두고 있던 법무법인 화우의 정재웅 변호사(36.연수원 31기)는 초음파 검사로 태아의 성별을 알려줄 것을 의사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담당의사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의료인은 태아 또는 임부에 대한 진찰이나 검사를 통해 알게 된 태아의 성별을 임부 본인,그 가족,기타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옛 의료법 제19조(개정 의료법 제20조) 규정 때문이다.
이에 정 변호사는 "출산을 한 달 앞둔 태아의 성별까지 알려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기본권 침해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세월이 흘러 정 변호사의 아들은 네 살배기 꼬마로 성장했다.
독일에서 연수 중인 정 변호사는 궁금증이 해결됐지만 헌소를 취하하지는 않았다.
제도를 바꾸는 일에 누군가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1987년 도입한 태아 성감별 금지 규정이 도마에 올랐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10일 이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
하지만 '기본권을 침해한 과잉 금지'라는 입장과 '남아선호 사상이 여전히 지배적인 사회에 필요한 규정'이라는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태아 성감별 금지 규정은 기본권 침해한 '과잉금지'
정 변호사 측도 남아선호 사상에 따른 무분별한 낙태를 방지하겠다는 법 규정의 취지는 인정한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 남아 출산 비율이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높아지는 사회적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그러나 정 변호사 측은 목적은 정당하지만 수단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낙태는 우리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 조항으로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성감별 금지 조항으로 인해 낙태의 의도가 전혀 없는 예비 부모까지 태아의 성별을 알고자 하는 알권리와 행복추구권을 침해받는다는 것이 정 변호사 측의 설명이다.
또 이 조항이 태아의 성장 정도를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막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 변호사를 대리하고 있는 박상훈 변호사는 "임신 8~9개월째에 접어들면 아무리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부부라 할지라도 임부의 생명과 건강에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낙태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태아가 어느 정도 큰 이후부터는 성별을 알려주는 쪽으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규정은 현실과도 괴리가 있다.
적지 않은 산부인과 의사들은 "엄마를 닮았다(딸이다)","파란색 옷을 준비해야겠다(아들이다)" 등의 우회적이고 암시적인 방법으로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낙태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금지조항 필요
태아 성감별 금지 조항이 합헌임을 주장하는 보건복지가족부 측은 낙태시술이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통상 태아의 낙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한 태아의 성감별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낙태율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고,연간 임신중절 건수는 30만건이 넘는다.
또 국민의식이 바뀌고 남녀 불평등이 개선됐다고는 해도 셋째 아이의 경우는 출생 성비가 여자 100명당 남자 121.8명에 이를 정도로 선택 출산이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춰볼 때 이 조항을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게 보건복지부 측 주장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남아선호 사상,남녀 출생비 등 국가적 문제를 고려할 때 아직까지는 임신기간에 관계없이 태아의 성 고지를 금지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
하지만 담당의사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의료인은 태아 또는 임부에 대한 진찰이나 검사를 통해 알게 된 태아의 성별을 임부 본인,그 가족,기타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옛 의료법 제19조(개정 의료법 제20조) 규정 때문이다.
이에 정 변호사는 "출산을 한 달 앞둔 태아의 성별까지 알려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기본권 침해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세월이 흘러 정 변호사의 아들은 네 살배기 꼬마로 성장했다.
독일에서 연수 중인 정 변호사는 궁금증이 해결됐지만 헌소를 취하하지는 않았다.
제도를 바꾸는 일에 누군가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낙태를 방지하기 위해 1987년 도입한 태아 성감별 금지 규정이 도마에 올랐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10일 이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
하지만 '기본권을 침해한 과잉 금지'라는 입장과 '남아선호 사상이 여전히 지배적인 사회에 필요한 규정'이라는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태아 성감별 금지 규정은 기본권 침해한 '과잉금지'
정 변호사 측도 남아선호 사상에 따른 무분별한 낙태를 방지하겠다는 법 규정의 취지는 인정한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 남아 출산 비율이 인위적으로 과도하게 높아지는 사회적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그러나 정 변호사 측은 목적은 정당하지만 수단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낙태는 우리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 조항으로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성감별 금지 조항으로 인해 낙태의 의도가 전혀 없는 예비 부모까지 태아의 성별을 알고자 하는 알권리와 행복추구권을 침해받는다는 것이 정 변호사 측의 설명이다.
또 이 조항이 태아의 성장 정도를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막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 변호사를 대리하고 있는 박상훈 변호사는 "임신 8~9개월째에 접어들면 아무리 남아선호 사상이 강한 부부라 할지라도 임부의 생명과 건강에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낙태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태아가 어느 정도 큰 이후부터는 성별을 알려주는 쪽으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규정은 현실과도 괴리가 있다.
적지 않은 산부인과 의사들은 "엄마를 닮았다(딸이다)","파란색 옷을 준비해야겠다(아들이다)" 등의 우회적이고 암시적인 방법으로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낙태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금지조항 필요
태아 성감별 금지 조항이 합헌임을 주장하는 보건복지가족부 측은 낙태시술이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통상 태아의 낙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한 태아의 성감별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낙태율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고,연간 임신중절 건수는 30만건이 넘는다.
또 국민의식이 바뀌고 남녀 불평등이 개선됐다고는 해도 셋째 아이의 경우는 출생 성비가 여자 100명당 남자 121.8명에 이를 정도로 선택 출산이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춰볼 때 이 조항을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게 보건복지부 측 주장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남아선호 사상,남녀 출생비 등 국가적 문제를 고려할 때 아직까지는 임신기간에 관계없이 태아의 성 고지를 금지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