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알츠하이머병에서 기억과 인지능력이 저하되는 경로를 밝혀냈다. 미국 컬럼비아대 김태완 교수팀은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대뇌피질 신경세포에 장애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PIP2'의 양을 대폭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6일 발표했다. 'PIP2'란 세포막을 구성하는 인지질의 하나로 신경세포의 기능 제어에 중요하며 적정 수준보다 줄어들면 기억 및 인지능력이 덩달아 떨어진다. 이런 내용은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은 과다 생성된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이면서 침전물인 플라크가 되고 이 플라크로 인해 신경세포가 죽게 되는 병으로 알려져왔다. 연구진은 플라크에 의해 신경세포가 죽기에 앞서 신경세포를 베타이밀로이드에 노출시키니 'PIP2' 양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쥐의 뇌에서 'PIP2'를 분해하는 효소인 '시냅토제닌1'의 양을 유전적인 방법으로 반으로 감소시키자 베타아밀로이드에 노출된 시냅스의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미국에서 공동창업한 바이오벤처회사인 스마트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시냅토제닌1의 생성을 막는 저해제를 찾으면 'PIP2'의 감소도 막을 수 있다"며 "현재 한국에서 이 같은 연구에 동참할 조인트 벤처나 사업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세대를 졸업한 뒤 미국 러트거스대에서 신경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하버드대 의대 교수를 거쳐 2000년부터 컬럼비아대 알츠하이머병.뇌노화 연구센터에서 병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